바이오·기술특례 1분기 이후 '뚝'...단순 제조기업 상장만 ↑
"코스닥 시장 본래 목적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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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까지 상장한 기업의 다수가 코스닥으로 쏠려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분야와 신기술 기업의 상장 사례는 드물어졌다. 다양한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되어야할 코스닥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7년 3분기까지 모두 45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가 기업공개를 마쳤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46개사가 상장해 건수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코스닥 시장 상장 비중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까지 상장한 기업의 91%가 코스닥 시장을 선택했다. 모두 42개사다. 지난해엔 37개사가 코스닥 시장에서, 9개사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한 바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구애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제일홀딩스 같은 대형사가 코스닥 시장을 찾으면서 코스닥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
다만 분야별로 살펴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나 신기술 기업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에도 이미 6개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했지만 이중 5곳은 지난 1분기에 상장을 마쳤다. 모두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 승인을 미리 받아놓은 곳이다. 이후 기술특례로 상장한 곳은 이달 9월 상장한 앱클론이 유일하다. 사실상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술특례상장 뿐 아니라 바이오기업들의 발길도 끊겼다. 지난 4월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중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앱클론을 제외하면 바이오·제약 관련 업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간 거래소가 강조한 코스닥 시장의 역할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까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IT와 바이오 부문에 특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례 제도를 적용해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테슬라요건을 도입해 적자기업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지금의 코스닥 시장은 부품과 기계 부문 등 제조업종의 상장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이런 기업들은 규모는 작더라도 매출과 이익 규모가 뚜렷해 비교적 리스크가 적다. 이런 기업들이 주로 상장한다는 건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가 몸을 사리고 있다는 방증이란 지적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사장이 교체되는 와중에 거래소가 '윗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의 보신주의적 처신을 보고 있자면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던 거래소의 포부는 결국 '정권 코드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무줄같은 심사 기준으로 선진 자본시장을 만들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술평가를 통과하고 상장심사를 청구할 예정인 기업은 5개에 불과하다. 심사가 한 달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상장을 완료할 수 있는 기업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요건도 기업·증권가 양쪽에서 외면받으며 사실상 사문화되는 분위기다.
IPO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관련 심사를 까다롭게 하며 특례상장 기업 수를 조절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공모 자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코스닥 시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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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7일 09: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