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엔 큰 문제 없지만 RBC비율에 타격 줄 수도
산은 대응 아쉽다는 지적도...연말 증자 지원 여부가 관건
-
KDB생명의 부채비율이 3000%를 상회하면서 회사의 대외적 신뢰도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채권 조기상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KDB생명의 불안정한 경영 상황이 투자자를 불안으로 몰고 있다. 회사는 산업은행의 지원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KDB생명의 부채비율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3170%로 상승했다. 이에 일부 신용평가사는 KDB생명의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등록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보험사의 부채비율은 회사의 건전성을 판단할 때 주요하게 작용하는 지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KDB생명 사례는 과거 발행한 후순위채의 약정에 따라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우려 섞인 지적을 받아야 했다.
문제가 된 것은 KDB생명이 2013년, 2014년에 발행한 2회, 3회 후순위채다. 당시 회사는 각각 1000억원과 400억원을 차입했다. 사채 관리 계약에는 부채비율을 30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는데 회사는 이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
당장 채권자들이 이를 문제 삼아 기한이익의 상실을 선언할 수는 없다. 부채비율은 연간 단위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올해 말까지 부채비율이 3000% 이상을 웃돈다면 이후 발행한 후순위채의 기한 이익도 상실돼 채무를 모두 상환해야 할수도 있다. 그 규모는 약 2300억원이다.
다만 채권자간 집회 소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해당 사채의 주채권자여서 조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회사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채비율이 3000% 이상으로 증가한 이유는 지난 2~3년간 영업 확장으로 책임 준비금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KDB생명은 2012년 온라인 보험시장 사업을 업계 최초로 진행해 이후 7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보험료수입이 4조원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2000억원대의 채무 상환이 발생하더라도 대응은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채무 상환 요구가 발생할 경우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사안이다. 원금과 미지급 발생이자를 즉시 갚을 경우 보완자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KDB생명의 RBC비율은 128%로 이미 업계 최하 수준이다. 최근 인력구조조정과 조직 축소를 단행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KDB생명의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등록해 이번 사안을 가장 민감히 반영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채무 상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회사의 대응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론 빠른 시일 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산업은행의 대응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KDB생명의 한 투자자는 "산업은행이 제 때 KDB생명을 지원했다면 이런 가벼운 사안으로 (신용평가사가) 문제 삼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올해 안에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KDB생명은 올해 안에 산업은행의 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지원하면 부채비율은 2000% 초반대로 낮아지며 증자 이후 다시 3000%대로 오를 가능성도 적다"고 언급했다.
산업은행 역시 KDB생명을 지원하겠다고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말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주요 투자자(LP)에 올 연말까지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달한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이 신용평가사 뿐 아니라 투자자, 채권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도 일정을 더 늦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