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 후속 펀드조성 관심, KKR "제 2 OB맥주는 언제"
'경제 정의' 천명한 새 정부…국내 세금 얼마나 꼬박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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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를 두고 일본 베인캐피탈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도시바마저 내주면 KKR이 일본에서 '5연타석 홈런'을 칠 상황이라며 이번 거래만은 꼭 따내야된다고 전의를 불태우더라"(도시바 거래 관계자)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과 베인캐피탈간 패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KKR이 일본과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규모 '10조원' 펀드 조성에 성공하자, 베인캐피탈도 도시바 인수·카버코리아 회수를 통해 만만찮은 존재감을 다시금 드러냈다.
향후 아시아권 내에서 양 사의 매물 경쟁·펀드 조성은 물론, 국내 시장을 둔 러브콜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게타카(독수리)' 오명 벗고 일본通 된 베인·조셉 배 앞세워 주도권 빼앗은 KKR
아시아권 내 사모펀드가 생소했던 2000년대 초. 일본시장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힌 1세대 PEF는 베인캐피탈이었다. 일찌감치 일본 내 현지 사무소에 전권을 맡겼고, M&A와 PEF 주도 구조조정에 극도로 보수적인 일본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부터 온천, 버섯 재배 등 손을 댄 산업군도 다양하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KKR의 공격적인 진입으로 독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앞서 베인캐피탈 관계자의 푸념대로 '5연타석 홈런'을 친 KKR의 원동력으론 아시아 총괄 헤드 조셉 배의 영향력이 꼽힌다. 지난 2014년 파나소닉 헬스케어 인수를 시작으로 ▲피오니아DJ(음향기기)▲칼소닉칸세이(차량 전장) ▲히타치 코키(공구) 등 조단위 매물들을 쓸어 갔다.
특히 베인캐피탈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KKR이 최종 승자가 된 사례가 이어지면서 양 PEF간 경쟁은 최고조에 달했다. KKR은 2조원 규모 파나소닉헬스케어 인수에선 베인캐피탈과 최종까지 경쟁해 인수에 성공했고, MBK의 참여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4조원 거래 칼소닉칸세이 인수전에서도 3파전 끝에 거래를 따냈다. KKR의 한국과 일본을 기반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조셉 배 개인에겐 공동 대표직에 오르는 성과로, 하우스 전체에겐 아시아 역대 최대 10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베인, 도시바 '올인'전략 성공…카버코리아로 韓시장에선 선제 홈런
절치부심한 베인캐피탈의 역습은 만만치 않았다. 자존심뿐 아니라 후속 아시아 펀드의 펀딩 성공을 위해서라도 일본 및 한국시장 주도권을 다시 회복해야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결국 KKR을 제치고 20조원 도시바 반도체사업 '메가딜'을 극적으로 따내며 최악의 순간을 모면했다는 평가다.
인수 과정의 주연도 사실상 SK그룹이 아닌 베인캐피탈이었다는 후문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KKR이 일찌감치 관민펀드(DBJ) 등 일본 정부측을 선점해 인수에 한발 앞섰다. 하지만 KKR이 지분 및 세부조항을 놓고 정부 측과 갈등을 보인 사이 베인캐피탈이 틈새를 노려 컨소시엄에 끌어들였다. 이후에도 컨소시엄 구성 및 한국업체 참여로 인한 일본 내 반발에 대한 대응까지 챙기는 등 거래를 사실상 주도했다.
관심에서 한참 벗어났던 한국 시장에도 공격적인 진입에 나서며 아시아권 전체에서의 영향력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5년 한국 사정에 밝은 이정우 모건스탠리PE 상무를 한국 대표로 영입해 카버코리아·휴젤 등 속전속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카버코리아 회수로 'IRR 400%'라는 전무후무한 수익을 거둬 '홈런'을 치면서 PE업계 종사자들은 벌써부터 조셉 배의 OB맥주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기사회생한 베인, 후속 펀드레이징 숙제…KKR "언제까지 OB맥주?"
다만 두 PEF 모두 확고한 아시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선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베인캐피탈은 최근의 도시바 인수와 카버코리아의 투자성과가 새로운 펀드레이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룰지가 관건이다. KKR에 맞먹는 혹은 그 이상 규모의 후속 펀드 조성을 순탄하게 마쳐 KKR의 아시아 시장 독주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평가다.
KKR에겐 "제 2의 OB맥주는 언제?"라는 오랜 의문이 다시금 제기된다.
현재 KKR내 한국 투자는 박정호 상무와 LG전자 출신의 임형석 전무가 맡고 있지만 PEF 업계에선 사실상 딜 소싱 및 관리는 박 상무가 전담하고, 임 전무는 주로 인수후통합(PMI)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티켓몬스터 등 기존 투자의 회수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1조원 규모 LS오토모티브 거래로 존재감을 보였지만, 이란에 진출한 LS오토모티브와 미국펀드 KKR간 '적성국' 문제를 챙기지 못해 목표한 경영권 인수에서 일부 지분 인수로 선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점차 PEF내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도 커지고,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매물도 하나둘 나타나면서 국내에서의 영향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프라이빗'을 추구하는 PEF들이 '경제 정의'를 내건 새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펀드의 수익률과 직결되는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 문제를 새 정부의 감독 강화 기조하에서 어떻게 풀어낼 지가 PEF업계에선 주요 쟁점이다. 벌써부터 "OB맥주 회수 당시 어피니티 뒤에서 세금 논란을 슬며시 피했던 KKR이, 이젠 라이벌 베인캐피탈의 카버코리아의 회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웃지못할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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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