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도 하락 불안감에 자금 계획 속속들이 알리기 싫어"
해외서 유니콘 키운 글로벌 PEF·VC 관심
사모 투자유치 거래는 많아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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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판교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공모보단 사모 형태로 굳혀지고 있다. 지난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카카오 등은 올해엔 자취를 감췄다. 이들 기업과 장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 간 의기투합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신수종 사업을 하는 판교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당연한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IT·게임업체들 가운데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은 4분기에도 이들 기업이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모습이란 풀이다.
지난해 카카오·엔씨소프트는 각각 2000억원,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두 회사 모두 수요예측에서 투자자가 몰리며 최종적으로 500억원을 증액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큰형 격인 네이버는 2015년말 1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5900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판교기업들이 잇따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 시장에선 변동성이 큰 신수종 기업들이 장기 투자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형자산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하던 기관 투자가들도 판교기업에 대한 투자 의향을 드러냈다. 때마침 카카오·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등 벤처IT기업의 지난 10여 년 간의 투자성과가 실적으로 조금씩 가시화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는 후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조업을 바라보던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이들 기업을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며 "IT·게임업체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공모채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현실화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씨소프트 등 IT·게임기업들의 공모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업 특성상 자금조달 니즈는 여전하지만 소수의 비공개 투자자를 원하는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나 사용처 등이 공개되면 시장은 물론 경쟁 업체도 다음 사업 구상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기업들은 무엇보다 신인도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후 공개적으로 자금 운용 상황이 공유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이유지만 이래저래 신용등급을 가지고 평가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언급했다.
실제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 내 주요 사업부들을 독립 법인 등으로 분사하며 사모 형태로 855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1250억원을 유치했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는 각각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글로벌 PEF TPG컨소시엄 등으로부터 2300억원,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판교기업들의 사모 형태 자금조달 거래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업체들도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들이 이미 해외서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국내 판교기업이 당장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투자하고자 한다"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서로가 접촉하는 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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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