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육성하는 정권 코드 맞추기?
모태펀드 '우선 손실 충당' 감안 시
위험도 적어 '일석이조'라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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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VC)업계로 연기금·공제회 자금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대체투자 수요를 충족하면서, 벤처 생태계 육성에 의지를 드러내는 정부와 '코드'도 맞출 수 있어서다. 게다가 벤처 투자는 정부가 손실도 일부 보전해주기로 해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는 평가다.
11일 VC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벤처펀드 위탁 운용사의 제안서 검토 결과를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업력 3년 이내의 루키(rookie) 운용사를 합해 5개사를 이달 중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한 자릿수 중~후반의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전언이다. 과기공이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도 2009년 이후 8년 만에 벤처펀드 출자를 진행한다. 2개사에 300억원을 투자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한국교직원공제회·우정사업본부(보험사업단)도 각각 2000억원·1500억원·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은 지난 달 말 벤처펀드 위탁사 4곳을 선정해 100억원씩 출자 약정했다.
연기금이 벤처펀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정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벤처투자는 10일 민간 자금을 포함, 총 1조4450억원을 출자할 VC 위탁사를 선정해 발표했다. 덕분에 올 상반기 벤처 펀드 신규 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2조328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벤처 기업인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의 혁신 성장 정책을 강조하며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벤처펀드 출자를 진행 중인 한 연기금 투자 담당자는 "최근 총 운용자산(AUM) 증가 속도가 빨라져 대체투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상생'을 중시하는 만큼 대체투자 영역 중 벤처에 투자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보고 펀드 출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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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투자는 생각보다 위험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모태펀드의 우선 손실 충당 조건 덕분이다. 모태펀드는 2017년 3차 정시 출자 공고에 ▲청년창업·재기지원·지방기업·지식재산권 분야와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민간 출자자가 참여하는 경우에 출자액의 10%까지 손실을 우선 충당한다고 제시했다. 사실상 3차 정시 출자에서 선정한 전 분야가 해당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의 우선 손실 충당 조건 덕분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모태펀드가 손실을 전액 흡수하지는 않으니 위험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수익률이 높은 대형 운용사에 위탁하거나 모태펀드 3차 출자 선정사 중 위탁사를 고르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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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1일 16: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