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부동산사업본부·투금본부도 부동산
"발굴처 다양화라지만…R&R 혼선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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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가 부동산금융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권에 부는 부동산 열풍에 하나금융투자도 합류하는 셈이지만, 복수의 부서가 비슷한 영역에 뛰어들며 내부의 '역할과 책임(R&R)이 무너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게다가 하나금융그룹 내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계열사가 이미 여럿 있어 부동산 쏠림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8월 설립한 '글로벌사업본부'의 주요 업무를 부동산으로 삼았다. 국내·외 오피스(office) 등 상업용 부동산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거래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조직원 역시 부동산에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위주로 충원한다는 후문이다.
이 본부는 당초 항공기·선박·사회간접자본(SOC) 등 해외 대체투자 전반과 구조화금융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위해 설립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를 '글로벌구조화금융실'과 '글로벌솔루션실'로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이처럼 부동산에 특히 집중하는 배경에는 관련 실적의 성장세가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부동산 전담 부서인 부동산금융본부의 올 8월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13억원이다. 2014년 출범 첫 해 영업익(16억원)의 13배에 이른다. 올 연말까지 작년 영업익(128억원)의 2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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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업계 전반에 해당한다. 부동산에 열중하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교보증권 등이 증권사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시장의 주된 자금 조달 수단 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보증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증권사들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금지령'을 내렸던 신한금융그룹도 최근 계열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부동산 매매 및 PF 시장에 재진입했다.
내부에서는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일부 감지된다. 중복된 업무를 맡는 부서·자회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하나금융투자에서는 부동산금융본부와 투자금융본부 내 대체투자금융실·SF실이 부동산 사업에 진출해 있다. 그룹에도 하나자산운용·하나자산신탁 등 부동산 전담 자회사가 있고 KEB하나은행과 하나생명에서도 각자 부동산 투자를 진행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부동산 전담 자회사와 하나금융투자 내 부동산 전담 부서에서도 각각 매물을 발굴하고 있는데, 해외 IB를 맡긴 새 부서에서도 부동산 사업에 열중하겠다고 해 당황스럽다"며 "거래 발굴처를 다양화하겠다는 시도라지만, 내부 R&R 등에 혼선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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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