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IPO 귀해지자 중형딜도 '수수료 후려치기'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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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드래곤이 대기업 계열사라는 명목 아래 인수 수수료율을 크게 낮췄다. 과거 대형 자금을 소화해야 했던 대기업 계열사들이 공모자금의 1% 내외에서 수수료를 지급한 점을 활용한 것이다. 공모규모나 주관사의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어 업계에서도 경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인수단에 인수금액의 0.8%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공모 규모가 1800억~21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수수료는 15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공모결과에 따라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에는 인센티브로 공모자금의 0.2%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0.8%의 수수료율은 일반적으로 공모규모가 조단위에 이르는 대형 딜에 적용된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올해 넷마블게임즈과 ING생명,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비슷한 수준의 수수요율을 적용해 주관사단에 지급했다. 공모규모의 1%만 받아도 인수단이 받을 수 있는 성과금은 100억원에 이르러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의 계열사라는 이유로 주관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과거 대기업 계열사의 공모규모가 커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했던 점을 참고해, 이와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한 것이다.
다른 대기업 계열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지난 상반기에 상장한 하림그룹의 지주사 제일홀딩스도 1% 미만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공모규모 4200억의 0.9%에 해당하는 38억원을 인수단에 지급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일홀딩스보다 공모규모도 적은데다, 책정한 수수료율도 낮아 주관사들에게 15억원 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증권사는 매년 수수료율을 낮추려는 대기업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대기업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몸값을 낮추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IPO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일단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회사 측에서 제시하는 수수료율은 되도록 반영하는 게 관례"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경쟁의 결과로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1000억원 이상 IPO 중 가장 낮은 수수료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펄어비스는 스튜디오드래곤과 비슷한 금액을 시장에서 조달했음에도, 공모금액의 3% 수준인 56억원을 인수 수수료로 책정했다. 이달 기업공개를 통해 12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인 티슈진은 기본수수료를 공모금액의 3.75%인 45억원으로 확정했다.
인수단에 하나금융투자가 포함되며 단독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가 받아야 할 수수료는 더 줄어들었다. 대표주관사 미래에셋대우는 인수대가로 11억원 내외의 수수료 받을 예정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약 4억원의 수수료를 약속받았다. 하나금융투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 뒤늦게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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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20일 08: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