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1년만에 시총 1兆 회사 된 스튜디오드래곤
입력 2017.10.25 07:00|수정 2017.10.26 18:42
    편성 매출액 부문 CJ E&M이 90% 차지...의존도 커
    중소 제작사 달리 직접 드라마 IP 보유해 매출 절반 이끌어
    제이콘텐트리·中화책미디어 비교해 '1조' 밸류 완성
    • 스튜디오드래곤이 CJ E&M에서 분사한지 1년만에 1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CJ E&M의 시가총액이 3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사업부서의 이 같은 성장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모기업의 지원 아래 국내에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해외 진출은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다음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모집한다. 상장 후 시가 총액은 1조원에 다다른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신주 600만주를 발행하면서 최대주주인 CJ E&M의 지분 91%는 71%로 희석된다. 그럼에도 스튜디오드래곤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CJ E&M의 주가는 지난 3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CJ E&M의 드라마 제작부서였던 스튜디오드래곤은 본사에서 물적분할한 이후 지난 1년간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화앤담픽쳐스와 문화창고 등 외주제작사 3곳을 인수했다. 자본력을 앞세워 스타 작가를 대거 영입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은 김은숙·박상현 작가 등 드라마 작가와 연출가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선급금이 발생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작가와 배우는 드라마 제작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인데, 스튜디오드래곤은 대기업의 자본력을 활용해 사전에 주요 플레이어를 장악했다"고 언급했다.

    • 무엇보다도 모회사 CJ E&M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CJ E&M은 tvN, OCN, CH.CGV 등 17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로, 최근 케이블 TV 시청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tvN, OCN은 드라마를 주로 방영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입장에선 모회사의 존재감은 가릴 수 없는 존재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 36%는 CJ E&M에서 기인한다. 드라마 편성 매출액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의존도는 더 커진다. 지난해에는 편성매출액의 73%, 올 상반기에는 92%가 CJ E&M의 몫이었다. 분사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도 드라마를 납품하지만, 모회사 의존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다른 제작사보다 수익성이 높데, 이 역시 CJ E&M의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 일반적인 제작사와 비교하면 태생부터 다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드라마제작사 수익성은 편성 매출보다는 드라마 판매나 협찬 매출이 좌우한다. 중소 제작사는 드라마의 저작권을 방송사에 넘기고,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편성매출에 의존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반면 스튜디오드래곤은 직접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를 갖고 있어 이에 따른 수익이 누적된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의 경우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가 1~5편에 그치는 반면, 스튜디오그래곤의 연간 제작편수는 20편에 달한다. 드라마 IP를 통한 매출은 이미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다. 제작 드라마 IP가 누적될수록 스튜디오드래곤의 수익성은 높아지는 구조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기업의 가치를 에비타배수(EV/EBITDA)를 활용해 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형자산 상각 규모가 크고, 드라마 판권으로 장기간에 걸쳐 영업활동이 가능해 이같은 평가 방식을 선택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유사기업으로는 영화·드라마 제작사 제이콘텐트리와 중국 화책미디어를 선정했다. 화책미디어는 시총 3조4000억원의 대형사로 중국 드라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순이익은 820억원을 기록했다. 제이콘텐트리의 시총은 4200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은 192억원이다. 회사 측은 "상장된 국내 드라마 제작사 규모가 작아 해외 시장에 상장한 업체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화책미디어의 에비타 배수는 스튜디오드래곤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2016년 제이콘텐트리 에비타배수는 15.3배, 올해 상반기는 11.8배에 그쳤다. 반면 화책미디어는 각각 21배, 18.9배를 보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연간 실적과 올 반기 실적에 평균 에비타배수인 18배와 15배를 각각 적용해 평가액을 산출했다. 대신 회사의 2016년 매출액이 올해 상반기보다 적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평가액의 비중은 낮게 반영했다. 이렇게 산출한 스튜디오드래곤의 기업가치는 1조1600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14.9%~24.8%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3만900원~3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사드배치 문제로 관심을 받았던 해외 매출에 대해선 회사 측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2016년 11월 이후 국내 드라마 중에선 중국에서 반영된 사례가 없었고, 지난 9월 사드 추가 배치 이후 시장환경이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번 공모에서 구체적인 해외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에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지속적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