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금융사들 '벙어리 냉가슴'
지난 정부 '관제 투자' 답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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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앞세워 민간 금융권의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투자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지난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는 형태로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쏟아져 나온다.
금융위는 최근 국내 주요 금융사, 중소벤처기업부로 구성된 신성장 산업 투자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의 핵심 논의 사안은 ‘혁신 산업 육성'과 ‘신성장 기업 투자 활성화'다. 업권별로는 은행과 증권, 보험업계의 대형사와 더불어 금융업계 주요 협회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앞서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정책금융기관 자금 지원 강화 TF'를 결성한 데 이어, 민간금융기관이 참여하는 TF를 새로 구성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독려하고 있는 신성장 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닿은 행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책의 큰 줄기로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약속하며, 성장 산업 지원책을 내세우고 있다. 자율주행차·스마트 공장 같은 신산업 분야의 경우 규제를 없애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실천 방안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사들도 정부의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연기금과 모태펀드 중심의 모험자본은 정부 주도 아래 늘어나고 있지만, 민간 자본의 참여가 없다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로 구성된 TF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TF에 참여한 금융사는 오는 연말을 목표로 혁신 산업 육성 방안과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사의 투자를 막고 있는 걸림돌을 찾아 현 정부의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라는 의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는 한국에도 우버(모바일 차랑 예약 서비스 업체)와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려면 다양한 공급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위험액 한도를 낮추는 방안이나 지급여력비율을 손보는 방안 등이 최근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정권이 힘 주어 추진하는 정책에 반기를 들 금융사들은 없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에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는 금융사 입장에선 새정부의 압박은 어느 때보다도 무겁게 다가온다는 불만도 들린다. 대외 신인도가 낮은 기업에 투자할 여력도 마땅찮다.
지난 정부의 육성 방안과 차별성도 크지 않아 금융사들의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역시 적극적으로 민간 자본의 벤처·중기 참여를 유도했다. 정책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펀드를 만들었고, 금융사들도 투자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관제 투자'의 성과는 당연하게도 좋지 않았다. 정책수혜를 기대하며 정권 초 우후죽순 만들어졌던 정책 펀드들은 대부분 정권 말기엔 설정 규모가 반 토막 이하로 줄었다.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자금유출이 지속됐다. 임기가 지날수록 신규 펀드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코스피 대형주 투자 비중 규모를 늘리며 펀드 설정 목적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성장 기업에 투자해 수익이 나지 않았던 과거 사례가 있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에도 지난 정부와 '캐치프레이즈'만 달리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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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8일 09: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