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주기' 관계 없이 수익 다각화
"시장 과열·자산 가격 상승"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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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리츠(REITs) 자산관리회사(AMC)'를 잇따라 설립하며 부동산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리츠 AMC는 자산 건전성 우려 없이 투자가 가능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국내 대체투자 자금의 상당액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와중에 리츠 AMC까지 가세하며 자산 가격이 오르고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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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AMC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발굴, 매입해 관리하고 처분하는 일을 전담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그동안 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대출 위주로, 증권사는 매입 후 재매각(sell-down)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에 간접 참여해 왔지만, 리츠 AMC를 자회사로 두면 부동산 자산 직접 보유가 용이해진다. 가격이 내릴 때에는 임대 수익(income gain)을 내고, 오르면 매각해 시세 차익(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의 움직임이 빠르다. 지난 18일 리츠 AMC 자회사 '신한리츠운용'을 출범, 남궁훈 설립추진단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그룹도 지주 산하 NH금융연구소에서 리츠 AMC 자회사의 사업성을 조사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리츠 AMC 면허 예비 인가를 신청했고 대신금융그룹도 리츠 AMC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은행계 금융그룹은 리츠 AMC를 통해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형화 추세에 '덩치'를 키운 증권계 금융그룹에게도 부동산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매력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리츠 AMC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선호할만한 물건을 발굴, 공모 투자 상품으로 판매하면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금융민주화를 꿈꾸는 정부와 '코드'도 맞출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신한리츠운용 출범식에서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 출시 계획을 강조했고 부동산을 개인에 많이 팔아온 미래에셋금융도 '리츠 AMC 인가를 획득하면 부동산 공모 상품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금융그룹 사업 구성에 '부동산 관리업'이라는 안정적인 수익원도 더하고, 정부 정책 방향도 따라갈 수 있어 리츠 AMC를 설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그룹의 리츠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경쟁이 격화돼 자산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자본시장에 설정된 부동산 펀드는 약 58조원, 부동산 자산을 주로 편입하는 특별자산 펀드는 약 54조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20조원 이상 늘었다. 100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미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투자돼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주변인에 머물러온 국내 금융사들이 리츠 AMC를 통해 '핵심 참여자'로 부상하면,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이 된 시장 경쟁이 더욱 격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좋은 투자처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투자할 기회가 더욱 줄어든다는 우려다. 물건 발굴 및 운용 역량 강화 없이 '돈 몰아주기'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다가는 투자 및 회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자는 공통적으로 선진국 도심에 유명 임차인을 확보한 물건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금융그룹 계열 리츠 AMC는 '배경'이 든든하지만, 투자 역량을 보유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