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잠실 수성 득실(得失)
입력 2017.11.02 07:00|수정 2017.11.03 09:41
    [취재노트]
    •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GS건설의 수주를 점쳤다. 주택 브랜드 '자이'의 강남 내 선호도가 막강해서다. 잠실이 아무리 '롯데 텃밭'이라지만, 그동안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롯데건설의 존재감이 크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득표율 기준 53대 44로 롯데건설이 승기를 쥐었다.

      대형사들이 즐비한 건설업계에서 롯데건설의 존재감이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몇년 새 외형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플랜트 등 해외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 훼손을 겪는 동안 롯데건설은 국내 주택 부문에 집중했다. 2013년 기점으로 주택 수주 잔고가 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그룹 내에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롯데지주가 출범한 가운데 그룹 내 비유통 사업 강화 움직임에 주력 계열사로 올라설 수 기회를 잡았다. 특히 롯데월드타워 시공, 잠실 재건축 수성은 그 발판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 그러나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 직후 연이어 치러진 서초구 한신 4지구 수주 경쟁에서 롯데건설이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수사 당국은 주택사업본부를 압수수색 했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민생 안정을 위협하는 적폐'로 규정하는 분위기였고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 관계자를 모아 '경고'를 내린 뒤였다. 경쟁사인 GS건설은 비리 척결을 주창하며 자체 신고 센터를 운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이후 수주 경쟁 과열이 문제가 돼 건설업계 전반이 눈치를 보던 상황이었다"며 "최근 압수수색은 한신 4지구 때문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특히 신경 썼던 잠실미성·크로바 관련 비리도 드러나면 처벌 수위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롯데건설에 있어 분명 존재감을 입증하기에 좋은 무대였다. 하지만 자칫 롯데건설이 재건축·재개발 비리의 '상징'이 될 경우 '뉴 롯데'의 닻을 올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부담을 지을 수 있다. 브랜드 평판 1위인 래미안이 있지만, 오너 구속 이후 ‘말 많고 탈 많은’ 재건축 시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삼성물산과는 대조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 출범 후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투명성 확보와 사업 방향성 재설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그룹의 관심이 비유통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눈 밖'에 나면 도급 건설사에서 탈출해 그룹 내 입지를 확보하려던 롯데건설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형사 처벌 외엔 시공권 박탈 등 별도의 행정 제재는 어렵다. 재건축 비리가 드러난 건설사에 대해 법을 고쳐 시공권을 박탈할 경우 헌법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과 시공권 박탈은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 비리로 수사가 진행 중인 신 회장과 롯데그룹 입장에선 이번 사안이 사소하게 보기만은 어렵다. 이미 음식점 노쇼(No Show)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롯데건설이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