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몸값·오너 리스크에 SI 참여는 아직 불투명
결국 세컨더리?…CVC 이외에 나설 곳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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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시스템업체 ADT캡스 매각이 본격화됐다. 규모로만 보자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大魚)중 하나고, 매각자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에도 중요한 거래다. 티저(Teaser)배포를 시작으로 매각단계를 밟게 된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만큼 이견도 만만찮다. '적정 가격'에 대해서는 거래의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 사이에서조차 평가가 엇갈린다.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미투자 금액) 소진이 급한 PEF 운용사의 인수전(戰) 참여가 예고된 가운데 거래 성사여부는 전략적 투자자(SI)가 나설지로 귀결된다. ADT캡스 기업 가치 개선 여부나 보안시스템업의 성장 여력을 향한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
◆ 매각가 3조원 거론?…근거는
칼라일은 ADT캡스의 매각가로 3조원가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예상치 2800억원에 지난 2014년 인수 당시와 같은 11배의 가치 평가 배수(EV/EBITDA multiple)를 적용한 가격이다. 작년 EBITDA(2524억원) 기준으로는 1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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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 1위 에스원이 10배 이내의 배수에 평가, 시가총액이 3조4807억원(10월 31일 종가 기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ADT캡스의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는 평가다. 에스원은 2016년 매출액을 기반으로 추산한 시장 점유율(M/S)이 60%를 상회해 ADT캡스(20%대 중반)의 2배에 이르고,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로부터 양수받은 건물관리 사업도 있어 보안시스템업 매출 의존도도 낮다.
11배라는 기준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칼라일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경쟁하느라 올린 배수를 그대로 적용해도 되느냐는 의미다. 당시 인수전에는 칼라일·KKR·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 등 여러 PEF 운용사가 참여했다. 1조원대 중반에서 시작된 '경매'의 낙찰가는 2조650억원까지 올랐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PEF 간 경쟁이 시작되면 2014년 최초 매각 때나 최근 대성산업가스·경남에너지 사례처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ADT캡스가 3조원에 팔린다면 매력도가 훨씬 큰 에스원의 기업 가치도 재평가, 주가가 폭등해야 논리상으로는 합당하다"고 전했다.
◆ SI 중 원매자 있나…SK·롯데, 깜짝 등장할까
그동안 국내 SI 중 ADT캡스에 관심이 거론된 곳은 역시 SK그룹이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영위하며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SK그룹은 2014년 최초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비싸지면서 업계 4위 소형사였던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로 발길을 돌렸다. 보안시스템업 특성상 후발 주자의 M/S 확대가 어렵고, SK텔링크(SK텔레콤 자회사)가 국제전화·알뜰폰(MVNO) 사업 부진에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SK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다시 대두됐다.
칼라일이 ADT캡스의 공개 매각을 결정하기 전인 올 초 SK그룹과 단독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을 향한 양측의 눈높이가 달라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남아 있다. 현재 ADT캡스의 기술력과 범용성 등을 종합 감안할 때 인수하면서 생길 장점이 3조원이라는 가격을 정당화해줄 수 있느냐가 고민거리다.
롯데그룹 역시 태스크포스(TF)팀 형태의 조직을 꾸려 ADT캡스의 인수를 검토했다. 롯데지주 출범 후 유통업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B2C 비중이 크고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친다는 유사점이 있는 롯데카드와 함께 결합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백화점·마트·편의점에 이르기까지 그룹 내 전속 시장(captive market) 규모도 크다.
그러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검찰로부터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으면서 인수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오너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3조원 규모의 대형 M&A에 뛰어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시너지 부분도 불명확하다. 롯데지주(옛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시너지 존재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 결국 다시 PEF?…"5년 뒤에는 얼마 받아야 하나"
SI의 참여가 지지부진해지면 다른 PEF 운용사가 ADT캡스의 인수자로 나서는 세컨더리(secondary) 거래로 흘러야 한다. KKR·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급'이 맞는 대형사 대부분은 검토를 마쳤다는 전언이다. 임석정 한국회장도 한국법인 부활에는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온 CVC캐피털파트너스는 이제 국내 활동 지속여부의 사활을 걸고 ADT캡스 인수를 추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CVC는 최근 임병일 대표가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자리를 옮긴 UBS를 인수자문사로 사실상 낙점했다. UBS는 칼라일이 2014년 ADT캡스를 인수할 당시 도이치증권과 함께 칼라일의 인수자문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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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미은행 이후 국내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칼라일로서는 현대HCN·로엔엔터테인먼트 등 지금까지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ADT캡스 매각 성사가 필요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부최고투자책임자(Deputy CIO)로 칼라일의 세계 시장 투자 전략을 담당했던 재미교포 이규성(Kewsong Lee) 씨의 명예 차원에서도 이번 딜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한다.그는 지난 10월말 칼라일 창업자들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과 빌 콘웨이의 뒤를 이어 글렌 영킨 사장과 함께 칼라일의 새 헤드(CEO)가 됐다.
여기에 가격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다른 PEF 운용사가 인수한다면 3~5년 뒤에 매물로 다시 출회될 텐데, 그때의 '적정 가격'은 4조원이냐는 지적이다.
보안시스템업의 성장 여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관련 업계에서 추정하는 연 평균 매출액 성장률(CAGR)은 5% 내외. 안정적이긴 하지만, 요즘 PEF업계에서 각광받는 바이오·화장품업과는 격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기술 발전에 따른 대체 서비스 등장 및 시장 쇠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친다.
업계 관계자는 "ADT캡스는 금융권이 선호하는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인데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적 여건도 맞아떨어져 차환(refinancing)을 거치며 몸값만 올랐다"면서 "M&A 기근이라 어떻게든 인수 자금 조달까지는 성공하겠지만, 몇 년 뒤 또 다른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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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01일 17: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