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역시 中 비공식 수출 비중 커
의료사고·중국 관계 재악화 가능성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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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캐피탈이 카버코리아 매각을 성공적으로 끝내자 인수합병(M&A) 업계 시선은 또 다른 조단위 매물 ‘휴젤’의 회수 성공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카버코리아 매각에서 ‘중국·다이궁(代工;보따리상)’이라는 키워드를 톡톡히 활용한 베인캐피탈이 휴젤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4300억원에 인수한 카버코리아 지분 약 60%를 유니레버에 1조9000억원에 매각했다. 성공적인 매각을 두고 회사에 밀접한 관계자들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중국 관련 매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부에서 집계한 중국 관련 매출 비중은 40% 남짓이었다. 올해 유니레버와 협상 시기 중국 매출 비중은 60~70% 수준까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카버코리아의 중국 진출은 다소 늦었다. 지난해 베인캐피탈의 인수하기 전만 해도 중국 내 브로커 회사·뷰티숍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B2B(기업간 거래)방식에 의존했다.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를 기점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없어서 못 구하는 '역주행' 현상이 벌어졌다. 다이궁 같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매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중국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인캐피탈 입장에선 카버코리아의 중국 시장 진출이 늦어 사드 보복을 피할 수 있었고, 반대로 중국 매출이 극대화한 시점에 매각을 추진한 셈이다.
회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버코리아 매장 간 매출 비중이 엇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올해엔 명동 내 한 지점에서만 수백억원 매출을 기록했다”며 “올해부터 중국인 보따리상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에선 징둥닷컴(JD.com) 등 SNS를 통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한 후 다이궁들이 한국 화장품을 대규모로 사오는 게 오히려 중국 법인을 통한 공식 채널 판매보다 더 신뢰받고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다이궁'은 베인캐피탈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인 '휴젤'의 투자 회수 성공을 가늠할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안면미용 의약품 제조사 휴젤의 주 품목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과 필러다. 국내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일본과 일부 동남아 국가 등 약 26개국에 공식 해외 수출로를 뚫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선 아직 임상 3상이 진행 중이어서 공식적인 수출길은 아직 막혀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수출 시장(Black market)은 이미 활성화했다. 현재 휴젤의 주력제품인 보톡스와 필러의 매출 중 수출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가장 큰 매출처는 단연 ‘중국’이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보톡스 수출 통계를 살펴봐도 중국 수출 비중은 압도적인 1위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중국내 병원에서는 중국 임상을 통과한 보톡스 제품만 사용한다면 피부 관리실 등에서는 임상과 관계없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보톡스를 암암리에 수입해 쓰면서 시장이 양분됐다”며 “심지어 국내에서 임상도 통과 못한 A사의 제품이 다이궁을 통해 인기리에 수출되는 등 국내 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다이궁·비공식적 에이전시를 통한 매출 외에도 중국 반입시 별다른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홍콩에 해외법인 혹은 합작사를 두고 비공식적으로 중국 매출을 올리는 게 일상적이다"며 "지난 2015년부터 우려가 커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 매출은 꾸준히 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인캐피탈 입장에선 중국을 두고 또 한번의 외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만일 한중 갈등이 재발해 중국 정부가 다이궁들에 대한 적극적인 감독에 나서게 되면 회사 매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보톡스는 화장품과 달리 의료 제품으로 분류된 만큼 의료사고 같은 돌발 변수에도 취약하다. 반면 2019년 예상된 임상이 무난하게 통과할 경우 음성 시장은 물론, 공식적인 수출길까지 열려 매출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과거 MBK파트너스나 IMM PE 등 국내 대표 운용사는 물론 외국계 PEF들이 휴젤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 중 하나도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었다. 특히 블랙스톤이 베인캐피탈에 앞서 회사 인수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 매출 하락 가능성과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바이오 관련 애널리스트는 “당장 올해 3분기에도 중국 정부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마자 휴젤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며 “베인캐피탈 입장에선 중국 시장을 두고 승부수를 띄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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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03일 14: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