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해진 윤종규號 KB…노조 반발·생보 M&A는 과제
입력 2017.11.20 17:00|수정 2017.11.20 16:41
    윤 회장, 20일 임시 주총서 재선임 확정돼
    노동이사 선임 등 노조 안건은 부결됐지만
    "내년 주총 재상정하겠다"며 재격돌 예고
    리딩 뱅크 공고화 목표…수익성 개선 위해
    그룹 인사·글로벌 확장·생보사 인수 '과제'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리딩 뱅크 지위를 공고히 다지겠다'며 2기 체제의 시작을 알렸지만, 노사 갈등의 불씨는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자회사 임원진 인사부터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까지 여러 과제도 기다리고 있다.

      KB금융은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윤 회장의 재선임 안건(1호 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전 의결권 보유 주식(76.62%) 중 98.85%의 찬성 표를 얻었다.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KB 노협)가 주주 제안한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3안)·정관 변경안(4안)은 부결됐다.

      당초 3안은 KB금융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찬성 입장을 결정하며 파장이 일었다. 노동자 대표를 기업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앞서 노동계와 재계는 노동이사제를 두고 "'갑질' 문화를 없앨 수 있다", "경영 자율성을 해친다"며 첨예하게 부닥쳐왔다.

      KB 노협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부결된 안건을 다시 상정하겠다며 재격돌을 예고했다. 임시 주총장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깊은 상황이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으니 유연하게 논의하겠다"면서도 주주 제안이 반영된 현재 이사회 구성에 대한 소신이 뚜렷해 갈등이 쉽게 완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조 선거 개입 및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현대증권(KB증권) 고가 인수 관련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윤 회장은 임시 주총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지속 가능한 리딩 뱅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수익성 개선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인 지금은 '밥 값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윤 회장은 "시장에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수준을 '파'(par)로 본다"면서 "그룹 자기자본이 35조원이니 3조5000억원은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관문은 그룹 인사다. KB국민은행 부행장부터 계열사 사장까지 대규모 임원진의 임기가 올해 말~내년 초에 끝난다. KB금융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세대 교체가 이뤄지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부 부행장이 계열사 사장직으로의 '영전'을 위해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팎의 관심이 모였던 KB금융 사장직은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옥찬 사장은 오늘(20일)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생명보험업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KB손보와 KB증권 출범 이후 생보사 M&A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KB금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격과 전략을 따져 입맛에 맞는 물건을 발견하면 적극 인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KB금융의 '급'에 맞는 마땅한 물건이 없어 시간이 다소 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윤 회장은 글로벌 확장에도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프라(infrastructure) 등 수요가 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금융(CIB)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국내 금융사 진출이 활발했던 베트남·인도네시아는 물론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 신흥국도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 시장도 빼놓을 수는 없다. 저축에서 투자로 금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흐름을 좇아 자산 운용 영역에서 활약하겠다는 목표다.

      디지털 뱅킹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리브온(Liiv ON) 등 신규 모바일 서비스가 두각을 드러내며 지난 3년간 부족했던 부분을 캐치업(catch-up) 하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이 과거 주택은행과 전산 통합 과정에 참여하는 등 정보기술(IT) 역량이 뛰어나 윤 회장의 기대가 크다는 전언이다.

      윤 회장은 임시 이사회 추대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 임시 주총에서 선임이 확정된 허 행장은 오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행장 임기는 2년, 기타 비상무이사 임기는 오는 2020년 정기 주총이 열리는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