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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재선임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와 허인 KB국민은행장 취임식이 열린 20~21일, 현장을 가득 채운 어젠다(agenda;핵심 의제)는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이었다.
임시 주총장에서는 사전 의결권 적절성 등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KB 노동조합 협의회(KB 노조)와 사측·주주 간 고성이 오갔고, 결국 주총이 정회됐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며 속개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반발에도 윤 회장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KB 노조가 주주 제안으로 상정한 안건(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역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B 노조는 "주주로서 사외이사(외부인) 선임을 추천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노동이사제'(근로자 대표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제도)의 국내 도입 논의로 확대됐다. 노동계와 재계는 "도입할 때가 됐다", "시기상조다"라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KB금융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해당 안건에 찬성한 일을 두고서는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허 행장도 노조 문제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사전 배포한 취임사에서 "노조 위원장 및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명시했고, 식장에서는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닌,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겠느냐는 질문에는 "진정성 있게 대화로 풀어내겠다"고 답했다. '더 나은 KB를 만들겠다'는 지향점이 같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부언했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 해소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목소리도 많다. 윤 회장의 '자기자본이익률(ROE) 10%'라는 목표 달성과 구조조정 없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영업 압박이 전보다 강해질 공산이 크다. 허 행장이 내세운 수요 맞춤형 지점 개편과 디지털화 대응도 일체의 인력 감축 없이 이뤄내기는 어렵다. 금융 소비자의 대면(對面)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KB국민은행의 1인 당 생산성 지표는 여전히 4대 시중은행 중 꼴찌다.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탈환에도,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여전히 금융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체제가 아니라 연간 실적이 가장 중요한 금융사 CEO에게 판매량 증대를 위한 영업 압박은 필연적인데, 성과 중심 평가를 완화하자는 노조와는 평행선을 걷는 셈"이라면서 "친(親) 노동계 정책 하에 입김이 센 은행 노조와 화합하려면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에 지점을 배치해 영업 중심으로 성장한 은행권의 인력 운용 문제는 가장 무게감이 큰 난제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기치를 내걸고 소득 주도 성장론의 실효성을 실험하고 있다. 수년 전 같은 대규모 희망퇴직은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한국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무조건 인력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윤종규 호(號) 2기 닻을 올린 지금, KB금융은 새로운 시대의 노동 어젠다를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풀어나가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은행을 위시한 금융권 전체가 KB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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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1일 17:53 게재]
입력 2017.11.22 07:00|수정 2017.11.22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