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채 평가서 빅3 등 꼴찌
올해 국내서 영구채 5000억 발행
해외서도 발행 타진‐ 성공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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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새로 도입되는 회계제도(IFRS17)의 최대 피해자가 될 거란 우려가 보험업계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상반기 이미 한차례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건전성에 대한 물음표는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시나리오에 따라선 빅3 생명보험사 중 유일한 '자본잠식 보험사'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발행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국내에서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한 이후 다시 발행 시장을 찾은 것이다. 앞서 해외에서 자금조달에 성공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도 각각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금감원이 올 상반기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위해 진행한 필드테스트에서는 한화생명의 자본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될 경우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라며 "일설에 따르면 자본이 마이너스(-)로 갈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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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지난 1990년대부터 판매한 확정형 고금리 상품이다. 회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2%를 차지했다. 6% 이상의 금리를 확정한 상품 비중은 전체 상품의 30%에 달한다. 현재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부채를 계산해야 해 자본 확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63저축보험, 스마트63저축보험 등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보증이율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고, 이에 따른 이차 역마진 우려도 겹친 상황이다.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상당수 질문이 자본 건전성 문제에 집중된 이유다. 시장점유율은 떨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는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회사의 대응책에 시장의 궁금증이 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과 최저보증이율 상품의 금리 부담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부담요소”라며 “회사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책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부채적정성평가(LAT)에서는 빅3 보험사 중에서 가장 열위한 모습을 보였다. 부채적정성평가가 부채시가평가에 따른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의 결손금과 잉여금 합은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은 10조원, 교보생명은 3조3000억원으로 이 수치가 작을수록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 확충 수요가 크다. 감독당국은 잉여금이 결손금보다 작을 경우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고려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다만 자본확충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주주인 한화건설과 한화가 직접 지원에 나서기 힘든데다, 이미 한 차례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그나마 시중은행들이 나서며 발행에 성공했다.
해외 발행도 순탄치만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선 선제적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며 자금을 확보한 측면이 있지만, 해외에선 이미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이 투자 수요를 모은 바 있다. 모처럼 나온 보험사 물량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점이 투자수요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만큼, 또다시 나온 보험사 물량에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 물량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이미 교보생명에 투자한 마당에 얼마나 투자수요를 끌어모을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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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