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범 인프라 상무 CFO로 승진
내부 재무전문가 요직에 앉아…재무구조 개선은 기대감↓
-
두산그룹이 핵심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에 대해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내 재무 이슈를 진두지휘해온 인사들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내부 승진했다. 두산이 올 연말에도 재무라인에 있어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크지 않은 분위기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형희 두산인프라코어 CFO는 과거 역임한 바 있는 두산중공업 CFO 직으로 최근 자리를 옮겼다. 최형희 부사장은 1987년 ㈜두산에 입사, 두산중공업 재무관리부문장(전무), ㈜두산 지주 부문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부문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두산인프라코어 새 CFO(전무)에는 고석범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승진 임명됐다. 고석범 전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본부 상무를 지내는 등 그룹 재무통으로 꼽히는 또 한 명의 인물이다.
두산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핵심 계열사 재무라인에 큰 변화를 주는 대신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들을 요직에 다시 앉히며 기존의 재무 전략을 고수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리 해석하면 두산이 한동안은 외부 인사 영입과 같은 굵직한 인력 변화를 주기엔 어려운 상황임을 또 한번 보여준 결과로 읽힌다. 그룹 입장에선 새 인물 영입을 통한 분위기 쇄신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 마무리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이 일정 부분 반등하며 그룹 재무부담이 완화된 듯했으나 두산중공업·두산건설 등 핵심 자회사들의 실질적인 차입금 해결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올 3분기 개별 기준 총차입금은 여전히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두산은 올 연말까지 두산엔진 매각 건을 진행하는 등 자구안 매듭짓기에 여념이 없다.
외부 인재가 오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카드가 상당 부분 소진된 상황이라 역량 발휘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두산은 공작기계사업 부문을 비롯해 각 계열사가 연달아 사업부 매각을 단행했고,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엔진 매각에까지 손을 댄 상황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자산유동화 증권 발행 규모도 급증한 상황이라 신규 자금조달 환경 역시 비우호적이다.
당장 내년에도 두산의 상황이 별반 달라지기 어려운 형국임을 이번 발령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선 2018년 신용도가 가장 우려되는 기업 중 한 곳으로 두산그룹을 꼽고 있다. 두산의 중간지주사 격인 두산중공업은 'A' 신용등급을 반납할 위기에 놓였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B·BB+의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두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투자은행(IB) 시장 관계자들 역시 두산의 인사에 관해 예상대로라며 내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재무 영역에 한해선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보단 내부 인사들 간의 계열사 이동 등을 선호해온 두산의 인사 방식에 어느덧 적응한 듯한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두산이 재무 영역에서 늘 보여줬던 인사 방식을 고수하며 전략적 변화를 주지 못했다"라며 "전략 쪽은 외부영입이 종종 있었으나 재무 쪽은 주로 내부 인사들이 보직 순환 등을 통해 발령이 나는 등 큰 변화가 없는 구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1일 18: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