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브랜드 '투썸' 활용법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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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이 디저트 카페 브랜드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를 100% 자회사로 분사했다. 부진한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투썸을 독립시켜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겠다는 의도다. 과거 CJ제일제당의 CJ헬스케어 분사 경우처럼 투썸을 키워 기업공개(IPO)나 투자 유치 등 자금조달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CJ푸드빌은 투썸 외에 빕스·뚜레쥬르·계절밥상·제일제면소 등 다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중국·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외형을 키웠지만 실익은 없었다. CJ푸드빌은 2013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번번이 실패했다.
해외 프랜차이즈 매장을 늘려 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 등 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복수의 신평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외식 사업을 키우겠단 전략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공격적인 투자의 성과는 없고 재무부담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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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새롭게 론칭한 외식 브랜드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부진의 폭은 커졌다.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는 악화돼 지난해 말엔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8000%를 넘었다. 투자자들도 CJ푸드빌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CJ푸드빌이 지주사인 CJ㈜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CJ㈜는 CJ푸드빌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도 시장의 우려를 인지한 모습이다. 최근 CJ푸드빌은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업구조 정리 ▲재무구조 개선 등에 대한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은 그룹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공격적인 해외 투자 전략에 발맞추기보다 '내실 다지기' 쪽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사업 재정비의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외 적자 매장을 정리하고 국내서 부진한 브랜드 매장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투썸을 100% 자회사로 따로 떼어낸 이번 결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적 등 수익성이 괜찮은 투썸을 독립 신설회사로 만들면 그 가치를 고스란히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매출 비중 면에서 보면 투썸의 기여도는 20% 안팎으로 뚜레쥬르·빕스보다 작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커피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는 타 카페 브랜드와 달리 투썸은 론칭 직후부터 디저트 카페로 콘셉트를 잡아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반 커피전문점 객단가가 6000원 수준인데 투썸은 1만원에 가깝다"며 "케이크·샌드위치 등에 집중해 객단가를 높였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투썸 가맹점 한 곳 당 연평균 매출은 4억8289억원으로 10대 커피 프렌차이즈 가운데 가장 높다.
시장 관계자들은 CJ푸드빌이 투썸을 지렛대 삼아 자금조달 카드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사로 외부 투자자 유치가 용이해졌고, IPO를 통해 공모자금을 끌어올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견이다. CJ푸드빌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나아가 모회사인 CJ㈜의 기업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분사해 IPO를 추진하다가 매각으로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투썸을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편입시킨 뒤 CJ푸드빌 또는 투썸 자체를 매각하는 방안'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 복귀 이후 천명한 '2030 월드베스트 CJ(3개 이상 사업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만든다)'를 달성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그룹 관계자는 "CJ푸드빌이 사실상 지주사의 100% 자회사인 만큼 하나의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는 형태이므로 지주사에 부담이 되면 떼어낼 수밖에 없다"며 "일단은 괜찮은 투썸을 떼어내 성장축으로 삼고 앞으로 계속 외식 사업을 밀고 나갈지 아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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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2일 17: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