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 국내 증권사 '못 먹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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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연이어 자본 확충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중장기적 계획 수립을 위해 보험사들이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필요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높은 보수도 외국계 증권사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교보생명, 흥국생명에 이어 한화까지 해외 자본 조달나서면서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해외신용 등급을 평가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앞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은 생명보험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2021년 도입되는 새 회계제도 IFRS17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보험사들이 지난 1년간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줄이어 발행했지만, 아직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생명보험사는 거의 없어 향후 4~5년간 대규모 조달 작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의 위기는 증권사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보험사들은 제도 정착까지 긴 호흡을 갖고 함께 할 증권사를 물색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과 더불어 좋은 조건으로 해외 영구채 발행에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수요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특수는 외국계 증권사가 온전히 누리는 모습이다. 최근 해외에서 영구채 발행에 성공한 생보사들의 주관사는 모두 외국계 투자은행(IB)이었다. 교보생명의 주관사 4곳 중 JP모건과 노무라증권은 뒤이은 흥국생명의 발행을 주관하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좋은 대형사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흥국생명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소형사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화생명 역시 JP모건을 통해 해외 신용 등급 발행을 타진 중이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이런 적기에도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보다 영업망이 뛰어나지 않은데다, 건전성 규제에 부담을 느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대신 다른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전성 규제인 영업용순자본(NCR)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NCR비율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순자본을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다. 신종자본증권 증권사가 인수할 경우 주식 분류해 총위험액이 높게 반영된다. 아시아권인 일본 노무라증권(28조원)의 자기자본과 비교해도 차이가 커 자본력을 앞세우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 흥행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지난 상반기 한화생명이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어렵게 마무리 한 점은 국내 증권사를 더욱 위축하게 했다.
보험업계도 국내 증권사의 소극적인 모습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한 임원은 "국내 증권사에 해외에서의 자금조달 방안을 문의했는데 '솔직히 자신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보험사의 요청에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해외 IB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의 발행을 성공시킨 JP모간과 노무라증권은 IR(기업설명회) 대상에서 과감히 미주 지역을 제외하고 유럽과 아시아만 집중했다. 특히 홍콩 시장에서의 수요를 확인했던 주관사단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보다 좋은 금리를 이끌어냈다.
보험사의 해외 발행 규모도 늘어나 이에 따른 수혜도 해외 IB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억 달러(5600억원)를 모집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은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교보생명은 미리 약속한 수수료와 더불어 성공보수를 보태 주관사단에 4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한 바 있다.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보다 2~3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한화생명의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주관할 외국계 IB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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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15일 15: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