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급사들도 제작에 동참
힘 커진 제작사, 비용 자체 충당
콘텐츠 늘어도 투자율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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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모기업 CJ E&M에서 분사한지 1년만에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올라갔다. 문화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는 CJ E&M의 시가총액이 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라마부문 한 사업부의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에선 이런 가정을 해본다. 만약 CJ E&M의 영화사업부가 같은 조건으로 상장을 한다면 스튜디오드래곤 만큼의 관심이, 그리고 그것이 흥행으로 이어졌을지 여부다. 영화 및 투자업계에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문화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여러 구조적 이유로 영화에서 드라마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그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제작사의 힘이 커지면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 풀(Pool)은 오히려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수익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파이는 더 작아졌다.
2017년 개봉작 흥행 순위를 보면 상위 5위권에 택시운전사(1218만명), 공조(781만명), 범죄도시(661만명), 군함도(659만명)가 올라 있다. 이렇게만 보면 국내 영화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대작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서 영화 제작배급사들의 적자가 예상된다. 영화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CJ CGV는 2016년 1월 최고점 14만1500원을 찍은 이후 하락과 횡보를 거듭하며 7만원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쇼박스는 2년 전 1만200원의 고점을 기록하고선 현재 6000원대에 머물러 있고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도 작년 3월 1만7100원 이후 현재는 8000원대에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영화는 한달만 지나면 VOD(주문형 비디오)로 나와 여러명이 1만4000원만 주면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려는 영화는 관객 500만명이 한계”라며 “1000만명 이상이 되려면 화려한 스타 캐스팅의 블록버스터라는 공식이 굳어졌고, 그래서 군함도 같은 스타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한국 영화 투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국내 영화 관람객 수는 연간 2억명 수준인데 증가세는 둔화된 지 오래다. 플랫폼과 콘텐츠 다양화로 극장과 영화를 찾는 관객 수가 줄고 있다. ‘천만 흥행’ 대박을 노리며 국내 영화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시선도 회의적이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는 대안에서 이제 콘텐츠 투자의 축이 됐다. 스튜디오드래곤 기업공개(IPO) 흥행도 이런 분위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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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장에선 향후 2~3년간 드라마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지상파뿐만 아니라 종편과 케이블의 드라마 제작 편수가 크게 늘고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태양의 후예’ 효과를 톡톡히 본 NEW는 드라마 10편을 제작 준비 중이고 4편은 이미 방송사로부터 수익 분배에 대한 약속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SM C&C나 JYP픽쳐스 등은 소속 연예인을 활용한 다양한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투자자들이 드라마 사업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는 수익성 담보 때문이다. 영화가 ‘대박’ 아니면 ‘쪽박’의 수익 구조라면 드라마는 ‘중박’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지만, 대박 영화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면 드라마 투자가 보다 안정적이다. 투자 부담도 적다. 100억원 예산의 드라마라도 초기 제작 투자비는 20억~30억원 정도다. 대부분 배우, 작가, 감독 등 캐스팅 비용이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방영권료 외에 지적재산권(IP), PPL(Product Placement), 해외수출, 케이블 계약비 등등으로 보전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기대 수익률이 플러스 마이너스 90이라면 드라마는 20 정도”라며 “헤게모니가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작사로 넘어가면서 제작비 전액 혹은 120%까지 수익을 확정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오고 있어 더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업계는 드라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작사들이 투자금 규모 확장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투자 유치 중이고 몇몇 증권사들은 사모 형태로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콘텐츠 투자 중심으로 부상했다고 하더라도 곧 투자업계의 드라마 투자 확대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측면에선 오히려 그 문이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드라마 편성이 활발한 JTBC나 CJ E&M 주력 채널인 tvN은 따로 투자를 받지 않아서 투자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딜레마가 있다”며 “드라마 수익성이 확대되는 것은 자명한데 제작사가 투자금을 거의 다 충당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늘어나는 콘텐츠에 비해 투자 룸이 비례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이라는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 강력한 무기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어 드라마 판매나 협찬 매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리고 IP를 통한 수익 극대화로 꾀할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편수는 연간 20편에 달해 IP를 통한 매출이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IP가 누적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남의 손을 빌릴 필요 없이 자체 투자금 마련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해당 드라마에 대한 직접 투자 방식보단 주식이나 채권 등 회사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개별 콘텐츠가 아닌, 제작사 자체의 기업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수혜를 볼 수 있는 투자자 층도 한층 좁아질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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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