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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비리 수사의 신호탄이 된 효성그룹이 금융 시장에서도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해외 사업과 관련해 소액 소송 분쟁이 불거지면서 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불필요한 잡음을 만든 경영진의 역량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효성그룹은 최근 100억원 규모 비자금 조성의혹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현 정부의 대기업 사정 기조 속에서 효성의 시장 내 이미지도 악화했다. 자금보충 이행 문제로 증권사와 분쟁이 일었고, 효성 측이 '상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이 커졌다.
문제가 된 건 효성의 영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관련 대출건이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현지 운영법인에 83억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지난 9월 만기가 돌아왔지만 효성 측은 이를 상환하지 않았고, KTB투자증권은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채무인수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효성은 "KTB투자증권 측이 소개한 현지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했고, 프로젝트 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엔 KTB투자증권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상환을 미뤘다"고 밝혔다. 효성의 해명에도 크레딧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큰 회사가 아닌 이상 약정한 채무는 어떤 이유로든 반드시 이행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량한 회사가 이런 식으로 나온 사례는 처음 본다"면서 "상식적인 의사 결정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고의적인 채무불이행은 자칫 회사의 신용도를 떨어뜨려 대규모 우발채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효성은 루마니아,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KTB투자증권의 주관으로 다수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사업비를 조달한 바 있다.
KTB투자증권은 이번 사태 이후 효성 측에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 관련 유동화증권에 대해서도 자금 보충 이행을 통지했다. KTB투자증권과 함께 진행한 유럽지역 발전 사업 관련 유동화 채무가 2500억원 가까이 남아 향후 회사의 재무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과 KTB투자증권의 분쟁이 알려지면서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스페셜 코멘트(Special Comment)'를 통해 효성의 태도를 짚고 넘어갔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이 즉각적인 신용등급 변동 사유는 아니라면서도 "신용공여 계약 불이행이 반복될 경우 회사의 신용도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은 규모의 소송임에도 회사 신용도에 민감히 반영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의미다.
효성 경영진이 '소송'이라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2조원, 순이익은 4800억원에 이른다. 영국 발전 사업과 관계된 460억원 규모 채무 이행 건에 대해선 상환을 완료했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사가 투자한 건이어서 시장 평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작 상환 규모가 83억원에 불과한 작은 사안을 두고 회사가 분쟁의 단서를 제공한 점은 시장에서도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경영진의 이번 행보는 감독 당국과 언론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긁어부스럼만 만든 모양새가 됐다.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 효성의 사업본부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KTB투자증권에) 문제가 있었다면 채무 약정을 이행한 후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서 해결했어야 했다"며 "이번 소송으로 타격을 입은 건 효성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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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2일 15:35 게재]
입력 2017.11.27 07:00|수정 2017.11.28 10:15
투자업계 "전례없어...손배 소송으로 문제 해결했어야"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