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통신사 할부채권은 '매력' 없고
MBS 제외하면 4분기 전망마저 어두워
"해외 어렵지만, 열심히 살 길 모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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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자산 유동화 관련 부서가 고민에 빠졌다. 시장 축소 추세가 뚜렷해서다. 특히 주된 '먹거리'인 자동차할부채권 발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오토론(auto loan)을 포함한 자동차할부채권 기초 자산유동화증권(ABS) 누적 발행 금액은 1조5481억원이다. 전년 동기(4조9693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감소율은 68.8%에 이른다. 총 발행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8%에서 3.5%로 축소됐다.
카드사·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오토론·자동차할부채권 ABS를 통한 자금 조달을 줄인 여파다.
최근 자동차금융 시장에서는 JB우리캐피탈·KB캐피탈 등 AA급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 여전채 발행 등으로 직접 조달이 가능한 은행계 캐피털사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주캐피탈도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작년 들어 회사채 발행 스프레드(spread)가 축소되면서 A급 여전채 투자 수요 역시 커졌다.
같은 기간 기업 매출채권 ABS 발행도 6조247억원에서 6조10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그나마도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 단말기할부채권 자산은 '먹을 것'이 없다. 상환율(회수율)이 높아 위험가중치가 낮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 등 목표 수익률이 높은 금융사는 알뜰폰(MVNO) 등으로 대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항공사 운임채권 자산 역시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 전통적인 자산인 탓에 위험 노출액(exposure)이 많은데다가 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항공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서다. 최근 들어 항공사 운임채권 ABS 중 은행권 신용공여를 받지 못한 네이키드 트랜치(naked tranche) 발행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5~2016년 발행이 늘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신규 택지 공급이 줄어든 만큼 주택 건설 인·허가 수와 부동산 분양 물량이 감소해서다. 유동화 시장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 정비 사업비를 조달하던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에 소극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PF ABS 발행량도 줄었다.
올 4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정부가 10·24 대책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내면서 발행 규모 축소 흐름은 올 4분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정도가 유동화 시장을 떠받칠 예정이다. 시중 금리가 올라 디딤돌대출 등 정책성 자금 수요가 증가, MBS 발행은 소폭 늘고 있다.
부동산금융 등 다른 투자은행(IB) 부문과 달리 유동화 사업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도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유동화 업무 담당자는 "유동화는 세부 사항(details)이 중요하다는 특성 상 구조가 단순한 전통 자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 금융사가 소화한다"면서 "크로스보더(cross-border) 거래가 어려워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자동차금융 등의 빈 자리를 메울 상품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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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