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PE 수익율 20% 보장...금융 비용 고려해 선순위 조건 조절
조건 본 국내 기관투자자 '외면'...연내 클로징 미뤄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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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의 자금 조달을 진행 중인 이랜드월드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선순위 투자자' 모집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순위투자자로 참여하는 외국계 사모펀드(PE)에 높은 배당 수익을 보장한 것과 달리 다른 트랜치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제공해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연내 클로징도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스톤PE는 이랜드월드 상환우선주(CPS)를 인수하기 위해 세운 프로젝트 펀드(PEF)의 선순위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총 2000억원 규모다. 앞서 키스톤PE는 해당 펀드에 GP커밋(의무출자)으로 100억원을 투자했고, 메리츠종금증권을 중순위 투자자로 유치해 3000억원을 확보했다. 선순위 투자자 모집이 끝나면 키스톤은 3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랜드월드가 투자자로 유치한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파트너스)는 따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기로 하면서 2000억원을 자체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키스톤PE이 부담해야 할 모집 금액은 약 8000억원으로 줄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참여로 6000억원을 일찌감치 확보하면서 1조원 규모 펀딩도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앵커파트너스가 예상보다 높은 수익 조건을 제시한 점이 오히려 키스톤PE의 자금 모집에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앵커파트너스는 자체적으로 CPS를 인수하는 대신 이랜드월드의 불안정한 재무건전성과 담보력 등을 고려해 연 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투자자를 모집하는 초기 단계에서 키스톤PE는 중순위, 후순위 기대수익률로 각각 8%, 10% 수준을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의 대규모 펀딩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요 투자자인 앵커파트너스의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에쿼티 인수 부문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에 키스톤 PE는 선순위 대출 조건을 조정해 부담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월드 측이 선순위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후순위 투자자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이랜드월드의 재무적 상황을 고려해야 해 투자자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순위 투자와 중순위 지분 투자를 두고 고심했던 메리츠종금증권 측도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중순위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3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조달 계획도 있어 투자자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건이라면 참여할 요인이 크지 않아"며 "키스톤PE가 조달하는 인수금융 조건을 보고 이후에 참여하는 쪽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랜드월드 지분 매각 클로징 시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월드는 연내 지분 매각이 종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선순위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 보여 올해 클로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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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