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는 마음 급한데 지주사는 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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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2020년 매출 100조원'라는 목표를 천명함에 따라 각 계열사들도 성과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에서 할당한 투자금을 소진하기 위해 각 계열사들은 인수할 만한 해외 기업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루빨리 투자 결실을 맺고자 하는 계열사와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지주사 간 엇박자 모습도 보이고 있다.
8일 CJ그룹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최근까지 영국 뷰 시네마 영화관 인수를 놓고 검토했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 CJ CGV는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부인한 바 있다.
그룹 내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에서 발을 빼라는 지주사 CJ㈜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CJ CGV는 국내에서의 부진을 타개하고자 해외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냈지만 인수금액이 2조원 후반에 달하는 만큼 지주사에서 재무 부담 등을 느끼고 이를 제지했다는 설명이다.
CJ그룹의 지주사와 계열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력 계열사인 CJ대한통운 역시 속내가 복잡하다. 그룹은 공격적인 확장의 열쇠로 CJ대한통운이 앞단에 서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CJ대한통운은 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그룹의 중심축이 되는 것을 반기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껏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했으니 한 템포 쉬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1년 CJ그룹에 편입된 CJ대한통운은 지난 5년간 9건의 크고 작은 해외 기업 인수를 성사시켰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복귀를 계기로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기존 목표에 2030년 3개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한다는 새로운 목표도 추가했다. 최근엔 50대 젊은 CEO들을 중용하며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기도 했다.
향후 4년간 3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CJ그룹은 내부적으로 각 계열사에 소진해야 할 투자금과 매출 목표 할당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이 2014년부터 작년까지 집행한 연평균 투자금은 1조~2조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도 그룹의 목표에 발맞춰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급한 계열사와 큰 그림을 그리는 지주사 간 시각 차이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규모가 큰 투자 건을 추진할 때 이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CJ CGV 등 상대적으로 그룹 내 뒤처진 계열사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게 되는 반면 지주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CJ그룹은 각 계열사마다 M&A 등을 관할하는 독립적인 투자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다. 해당 조직이 딜(Deal) 소싱부터 실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검토하면 최종 결정 단계에서 CJ㈜ 내 관련 조직이 '스크리닝( Screening)' 작업을 한다. 이 단계에 막판 반려되는 거래 건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적극적으로 만든 딜이 마지막에 무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해 괜한 비용만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면서도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다 같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어, 조율해야 하는 사소한 문제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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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8일 13: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