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환산 이익 규모·ROA·ROE 대형사 최하위권
내부 경쟁 1년 연장… 역량ㆍ리더십 의구심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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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본격 통합법인을 출범시킨 KB증권의 올해 성적표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전망이다. 내부 실적이야 지난해 대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들과 비교해서는 아직 '하수'임이 드러난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가 담당 부문을 각각 이끄는 '각자대표 실험'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대체할 인력풀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KB증권은 지난 3분기말 누적, 지주 반영 실적 기준 16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KB투자증권(합병 전) 실적 기준 4배, 현대증권 포함 실적 기준 60% 이상 순이익이 늘었다. KB금융지주는 증권을 비롯해 은행 등 계열사의 호실적에 힘입어 올 3분기까지 2조7897억원의 이익을 내며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다졌다.
다만 시야를 확장, 경쟁사들과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 순이익 규모는 2조9300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1200억여원 늘어났다. 이익 규모로만 따지면 2015년에 이은 '호황기'였다. 상반기 시장금리가 예상과 달리 하락세를 보이며 평가 이익을 쌓아둔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KB증권의 올해 연간 순이익 규모는 2000억~22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3분기 누적 실적을 단순 연환산하면 2100억여원 수준이다. 이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삼성증권보다도 500억원 이상 적다.
자산·자본 대비 수치를 따져보면 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환산 실적 기준 KB증권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8%, 자기자본이익률(ROE)는 6.7%로 5개 대형 증권사 중 최하위다. 세일즈 앤 트레이딩(S&T)부문의 선전으로 연간 ROE가 13.6%에 달할 전망인 한국금융지주는 물론, 총자산 60조원, 자기자본 7조원으로 덩치를 불린 미래에셋대우보다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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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지난해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총 1조24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자사주 7.06%를 107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해 신주 3176만여주를 발행했다. 통합 KB증권 출범을 위해 현금 1조3500억여원을 투입하고, 1조1260억여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한 셈이다. 총 2조4700억원 규모다.
KB증권에 이만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현재 실적이 경쟁사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윤ㆍ전 두 대표의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게 거론됐다.
동시에 각자대표제 아래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익이 늘어났다기보단 내부 비효율성이 업황 호조로 감춰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윤경은 대표와 전병조 대표가 각각 이끄는 사업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50대 50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 후 통합(PMI)이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내부 협업 효율성과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올해 내내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증권 관계자는 "KB투자증권 직원은 현대증권 대비 급여가 적다며, 현대증권 직원은 KB투자증권보다 진급이 늦다며 양 측 모두 불만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KB금융타워(옛 KB투자증권 빌딩)와 KB증권빌딩(옛 현대증권 빌딩)으로 근무지도 나뉘어 있는데다가, 윤·전 대표 '라인'이 각각 존재해 한 회사 직원이라는 사실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KB금융그룹은 각자대표제를 일단은 1년 더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산관리 및 소매금융(WM)과 홀세일 및 기업금융(IB), 운용(세일즈 앤 트레이딩) 부문을 모두 총괄할 '인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 체제를 유지하며 1년 더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이후 외부 영입, 단독대표 등 여러 대안을 고민한다는 방안인 셈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직을 내려놓은터라 내년에는 지주 차원에서 계열사들의 경영 현황과 각 대표들의 실력과 역량을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챙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앞서 통합 증권사 출범을 앞두고도 증권의 사령탑을 누구에게 맡길지에 대한 고민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나온 해결책이 지금의 각자대표제다. 각 대표가 임기 중 약점을 일부 노출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KB증권은 체급을 키운 뒤 그룹 내 2~3위 계열사로 부상한데다가, 그룹 유니버설 뱅킹 전략의 주요 축이라 주목받고 있다"며 "두 대표의 경쟁이 내년에 더 가시화되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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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