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푸본에 5000억 요청했지만 규모 줄어
RBC비율 200% 상회...시장서 존재감은 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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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이 2년만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라이프생명에 지원을 결정했다. 자생이 어려워지면서 현대차 그룹에 인수된 이후 세 번째 증자를 받게 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기초 체력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의 현대라이프 활용법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12일 3000억원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1대주주인 계열회사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 등 현대차 그룹 계열사와 2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이 이번 증자에 참여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각각 896억원, 600억원을 지원해 총 1500억원을 투입한다. 푸본생명은 1500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회사는 주주단에 5000억원 규모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동안 지원받았던 금액보다 큰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현대라이프(당시 녹십자생명)을 2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2000억원을 추가 출자한 바 있다.
주주단은 한 달에 가까운 고민 끝에 요청보다 다소 적은 증자 지원을 결정했다. 푸본생명과의 지분 관계를 고려하면 현대차 그룹도 회사의 요청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푸본생명은 이번 증자에서 현대차그룹과 같은 규모의 투자를 결정, 기존 지분율을 유지했다.
대신 현대차그룹은 현대라이프가 발행하는 채권을 사와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월 현대라이프는 후순위채 60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4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현대커머셜은 이를 모두 매입했다.
현대라이프는 증자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해 지난 한 달간 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급한 불은 껐다. 148%로 생보업계 하위권에 머물던 RBC비율은 2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범 초기 현대카드 제로를 본 딴 보험상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정착시키지 못했다. 이후 대면채널, 방카슈랑스 급격히 늘리며 경쟁사와 비슷한 판매 전략을 구사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이에 올해는 개인 영업을 포기하고, 관련 부서를 정리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성과를 바탕으로 그룹사의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무너진 영업력으로 보험업계에서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있다. 생보사의 핵심 영역인 리테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푸본생명과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져온 정 부회장이 현대라이프에서 '반전 플랜'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도 보험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현대라이프 인수를 통해 여신전문금융업에 한정됐던 '주 무대'를 확장했지만, 현대라이프가 순조롭게 성장을 하지 못하며 손해보험업 등 영역 추가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러들고 있다.
현대라이프 측은 "당분간 퇴직연금, 단체 보험 등 계열사 법인 영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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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13일 09: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