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통 사업 대변신 예고
롯데, 온라인 역량 강화 고삐 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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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공룡들이 조만간 찾아올 아마존의 공습에 대비해 신(新) 유통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의 대변신을 예고했고,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연관 사업을 챙기고 있다.
중국·일본·싱가포르에도 진출해 있는 아마존은 이제 아시아에선 진출하지 않은 국가가 몇 남아 있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강자의 부재,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라는 환경은 아마존이 한국 시장 진출을 확정 지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올해 아마존이 최대 규모의 통합물류 배송센터를 구축한 것 역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평이다.
아마존이 어떤 방식을 택하냐에 따라 그 파장은 달라질 전망이다. 진입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일본의 아마존재팬처럼 한국 법인을 직접 세우거나, 중국에서처럼 전자상거래 업체를 인수해 시장에 들어오는 방식이 거론된다. 국내 유통사와 손을 잡고 합작 형태로 진입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선 합작 법인들의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직진출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진입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어느 형식으로든 일단 진출이 결정되면 침투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兆) 단위 투자 유치에도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을 키우지 못하면서 아마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이마트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 업계에서 다양한 유통 컨텐츠를 실험하는 데 있어 경쟁자들보다 늘 앞서왔다.
이마트의 본격적인 아마존 대응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4년 용인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해 온라인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후엔 마트 신규 출점을 마무리하고 트레이더스, 피코크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을 앞세우며 온·오프라인을 경계를 허무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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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아마존 대응에 어느 때보다 더 민감한 이유는 전통적인 유통업이 뚜렷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이마트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 14조원7000억원 중 오프라인 매출이 13조원을 차지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은 멈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직접 나서서 복합쇼핑몰, 편의점, 창고형 마트 등 할인점 일관도에서 벗어난 전략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경영진 내부에선 할인점 사업에 대한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라며 "전면적인 사업구조 탈바꿈에 대한 정용진 부회장의 질책과 이와 연관된 지시가 매일 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연말 발표할 깜짝 소식이 이커머스 사업 또는 아마존 대응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검토했던 11번가 인수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올 하반기 연말에 큰 프로젝트 계획을 직접 알리겠다 공언한 바 있다. 올해 정기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해당 계획은 조만간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롯데 역시 신동빈 회장이 직접 온라인 사업을 챙기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1997년 국내에서 처음 롯데닷컴을 설립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관리 인력을 줄이고 대신 인공지능(AI),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경영 공백의 위기 속에 여력이 충분치 않다. 당장 신 회장이 이달 22일 공판을 앞두고 있고 결과에 따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경영 전략, 인사, 투자 등의 향방이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유통 대기업에 아마존이 위협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건 그들이 글로벌 유통 질서의 흐름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전자책, 드론, IoT 등 온갖 산업에 손을 대며 유통 기업이란 이미지를 스스로 깬 지 오래다. 아마존이 우리 시장으로 진출해 롯데·신세계만의 전유물이었던 국내 유통업의 일부분을 자신들의 몫으로 만들고 국내 유통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허황된 얘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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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