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설립 투자조합도 가세
거품 판명날 경우 피해 예측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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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이 국내 자본시장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그리고 투자 자문사와 증권사들 상당수가 관련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Bloomberg)의 지적대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 21%가 원화로 거래되는 한국의 가상화폐 '광분'(Frenzy)이 원인이다.
이에 편승한 '사설거래소'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수십 배로 폭등했다. 자연히 여러 투자기구들이 "우리도 한 번 거래소에 투자하거나 직접 만들어서 돈을 벌어 보자"라고 따져보는 형국이다.
국내에는 빗썸ㆍ코인원ㆍ코빗 3대 거래소가 자리잡고 있다. 데일리금융그룹이 15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는 코인원은 현재 회사 가치를 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 받는다. 코빗은 김정주 회장의 넥슨(NXC)이 900억원을 들여서 경영권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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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회사도 넘쳐난다. '카카오스탁' 운영회사가 미국 거래소와 손잡고 새 거래소를 열었다. 이로 인해 카카오도 가상화폐 시장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팍스넷ㆍ윤영각 전 삼정KMPG 회장의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 등도 관련 투자를 검토했다. 제도권 금융회사도 슬슬 움직임을 보인다. 심지어 거제도의 피자집 사장이 금본위 암호화폐를 개발해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사설거래소에서 가상화폐 위안화 출금이 전면금지된 중국 거래소들은 한국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
사설거래소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 단 1년 만에 영업이익이 80배로 치솟고 있다.
1위 거래소 '빗썸'이 추정한 자사 올해 영업이익은 1600억원을 상회할 전망. 작년 영업이익은 불과 20억원 정도였다. 내년에는 3200억원, 2019년에는 3600억원의 이익을 예상했다. 영업이익률은 87~90%에 달한다. 이러니 한 번 쯤은 거래소를 만들어 이익을 벌어 볼까 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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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돈 되는 곳에 투자를 단행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하기 는 어렵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위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큼이나 '사설거래소'라 불리는 '거간꾼 회사'들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사설거래소 이익의 원천은 전부 비트코인 광풍에 거래에 나선 개인 등이 낸 '수수료'다. 하지만 그 이익을 받는 데에 대한 '정당성' 또는 '신뢰성'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서 협회를 구성하고 자율규제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업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다. 객관적이고 이해 관계가 없는 제3자의 공정한 평가와 신뢰도 측정도 역시 빠져 있다.
게다가 국내에는 검증된 투자 대상인 주식 증권거래소의 '사설거래소' 설립에 대한 논의조차 여전히 초창기 상태다. 미국의 경우 주식 사설거래소가 다양하게 설립되어 있지만 이 사설거래소의 부작용과 이해상충, 투자자 이익 침해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증권거래소조차 이런 상황인데 미래를 알 수 없는 가상화폐 사설거래소가 난립하고, 개인들이 여기에서 광란의 거래를 벌이고 있지만 제어가 없다. 오히려 정부가 주도한 투자조합이나 펀드(옛 미래창조과학부 설립)들이 사설거래소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설거래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보안문제와 탈세나 해외불법 송금 같은 불법 거래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 해킹에서 얼마나 안전한가는 당사자들의 주장 말고는 아무런 보증을 받지 못해 이미 대규모 소송까지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간 가상화폐에 대한 광풍은 "새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한번쯤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으로 포장되는 바 없지 않았다. '미래'와 '4차 산업'이라는 레토릭의 외피를 쓰고 있는데다 어느 보고서의 표현대로 '누구나 우리가 미래라고 자처하는' 분위기에 편승하기도 했다. 게다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와 제어를 언급하면 시대에 뒤처진다고 평가 받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미래를 따져 보는 것과 이에 편승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사설거래소'의 안전성ㆍ지위를 인정하느냐 여부는 완전히 별개 사안이다.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움직임이 사설거래소에도 적용, 다양한 요건을 채우도록 의무규제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예치금 별도예치나 자금세탁방지 등의 보호장치를 적용했느냐 여부로 예상된다.
이 같은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 비트코인 광풍이 행여라도 '거품'으로 판명날 경우. 거품의 붕괴가 만들어 낼 개인들과 실물경제에 미칠 여파와 악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사설거래소들과 이에 돈을 댔던 투자자들은 사태를 야기하고 가속화시킨 한 '장본인'이자 '원천'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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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