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인수금융 의존하는 모습도
내년 대규모 투자 본격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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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계열사 협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금융지주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투자, 부동산, 기업공개, 유동화 등 사례도 다양하다.
그러나 주요 은행이 대거 참여한 리파이낸싱이 '은행-증권 협력체제'의 주요한 성과로 남은 점은 현재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간의 협업 모델을 핵심 경영 목표로 삼고 투자은행(IB)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월부터 매주 은행과 증권 IB 부서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5월부터 은행 IB사업단을 하나금융투자에 배치했다.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CIB 조직을 통합했던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7월 보험과 캐피탈을 포함해 금융그룹협업모델인 GIB로 그 형태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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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체제를 도입한 원년임에도 각 지주사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기업공개(IPO), 유동화, 부동산 PF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는 사례가 이어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9월 중국 하이난(HNA)그룹 인수금융에 참여했다. 인수합병(M&A) 규모 14억달러 중 신한금융투자가 2억달러(22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이중 약 1억달러를 유동화했다. GIB부문 신설 이후의 첫 대형딜이다.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활용한 상품 공급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CIB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과거 KB국민은행이 STX팬오션 인수금융을 지원한 인연으로 KB증권은 하림그룹의 지주사 제일홀딩스주관사 지위를 얻게 됐다. 지난 9월에는 SK그룹이 인수한 미국 북미 셰일가스 G&P 업체 유레카의 인수금융을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단독으로 주선하기도 했다. KB증권은 이달 주요 기관투자자에 셀다운을 마쳤다.
하나은행과 단일 IB(ONE-IB)를 구사하는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은행과 공동마케팅을 통해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의 총 6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주관한다.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의 주 채권자다. 또 1600억원 규모 다산지금지구 B-3BL 공동주택 개발사업(PF)을 은행과 공동 주선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금융주선에 성공한 파크원(Parc 1)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2조6000억원의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사업으로, 자금 모집 단계에서 리스크 우려가 불거지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농협금융 전 계열사가 참여하면서 투자자 유치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는 인수금융 중심의 계열사 협업 사례가 주를 이뤘다.
다각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이 보였다. CIB 협업 체제에서 올해 가장 큰 성과를 낸 딜이 국내 다수의 금융사가 대거 참여한 한온시스템 자본재조달(리파이낸싱)인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지난 2015년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 70% 인수를 위해 약 1조7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주요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조달한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과 신한은행, 외환은행(현재 KEB하나은행)이 공동 주선사로 참여했다. 지난 7월 한앤컴퍼니는 3000억원을 추가해 약 2조원의 차환을 결정했고, 기존 주선사들은 그대로 리파이낸싱에 참여했다.
인수금융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올해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최대 규모의 딜로 기록됐다. 그러나 다수의 금융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대표성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2년전 진행한 인수금융의 연장선 상이라는 점에서 올해 은·증 협업을 대표하는 '결실'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출 규모가 소폭 늘어나는 과정에서 계열사가 참여해 공동 주선,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그럼에도 일종의 '파이 나누기'에 의존하는 모습은 당초 금융지주사가 주창한 IB 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는 평가다.
계열사 협업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내년부터는 금융지주사의 대규모 투자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NH지주는 내년 CIB 사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고, KB지주도 KB부동산신탁, KB자산운용와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있다. 지주사가 참여하는 딜의 형태나 규모도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금융지주사의 전략에 따른 역량 차이도 내년부턴 도드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 "올해는 시범 운영의 성격이 강했다면 내년엔 과감한 투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체 자금 운용 한도 활용이 능력이 내년 금융지주사의 CIB(혹은 GIB)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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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7일 17: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