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엔 홀세일 부문 실적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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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의 내년 홀세일(기관영업) 부문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제제심의위원회가 중징계를 의결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풀(pool)에 잔류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포함 여부는 홀세일 부문 연간 실적의 20~30%를 좌우할 정도로 큰 이벤트다. 이번 중징계가 평가 점수로 반영될 경우 KB증권은 거래등급이 떨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거래증권사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은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윤경은 대표가 이끌던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재심 의결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차후 부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중징계가 최종확정되면 당장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로서의 입지가 위태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두 차례 거래증권사를 선정한다. 거래증권사는 크게 국내 주식·채권, 해외 주식·채권 4개 부문으로 나뉘며, 37~40곳 안팎의 증권사가 국민연금과 거래하게 된다. 특히 '주식 거래증권사'의 경우 선정 여부가 홀세일 부문 수익과 리서치센터의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민연금은 내년 상반기 거래증권사 명단을 조만간 발표한다. KB증권의 징계가 연내 최종 확정되면 내년 상반기, 부의 절차가 지체되어 내년 초에 확정되면 내년 하반기에 해당 내용이 반영된다.
국민연금은 매 반기 100점 만점으로 증권사를 평가해 거래 여부를 정하고,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등급에 따라서도 증권사의 수익이 달라진다. 주식 거래증권사의 경우 주식주문 최대 약정비율이 1등급 4%, 2등급 2%, 3등급 1%로 갈린다. 채권 부문도 비슷한 구조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부터 '감독기관 조치'를 정량평가에 최대 '5점' 반영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평가점수 분포가 촘촘해 5점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점수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실제 지난 연말연초에 걸쳐 경징계인 '기관주의'를 두 차례 받은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주식 거래증권사 1등급에서 하반기 3등급으로 추락했다.
현재 KB증권은 거래증권사 '2등급'으로 분류돼있다. 중징계 조치로 최대 5점이 감점되면 등급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복수 증권사 관계자의 진단이다. 최악의 경우 거래증권사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물론 '최근 6개월 내 제재'만 반영하기 때문에 추후 다시 복귀가 가능하지만, 반 년간 제외돼 생기는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
평판 저하도 짚어야 할 이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와 3조원 이상 대형IB, 은행계 대형증권사는 모두 빠짐없이 국내 주식·채권 거래증권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재로 인해 풀(pool)에서 탈락한다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위권 경쟁사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과 거래하지 못하는 증권사가 되는 셈이다.
'실리'를 위해 선택한 합병 방식이 '실적'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됐다는 역설도 금융권이 이번 징계에 관심을 갖는 배경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 당시 피인수법인인 현대증권을 존속법인으로 선택했다.
현대증권이 상장사라는 점과 대형IB 라이선스가 이슈였다. KB투자증권을 존속법인으로 하면 현대증권의 상장폐지가 불가피했다. 이 경우 당시 KB금융그룹이 보유하지 못한 현대증권 지분 70%에서 대규모 매수청구가 발생할 수 있었다. 대형IB 라이선스도 처음부터 다시 심사절차를 밟아야 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일부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었다.
일견 합리적인 판단이었지만, 현대그룹 시절 현대증권이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며 수행한 여러 편법·위법적인 행동이 KB금융그룹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다만 이 역시 KB금융그룹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누굴 탓할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현재 KB증권은 각자대표 체제로 윤경은 대표가 리테일(소매)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를, 전병조 대표가 홀세일과 투자금융(IB)를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지위에 변화가 생기면, 윤 대표가 이끌던 현대증권의 잘못으로 인해 전 대표가 담당하는 부문이 타격을 입는 '묘한' 모양새가 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금융당국 징계 여부가 거래증권사 선정에 언제·얼마나 반영될지 등은 현재로서는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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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12일 14:2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