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證 협업체 '더블 카운팅', 고민 깊어진 금융지주사
입력 2017.12.28 07:00|수정 2017.12.29 09:51
    CIB 성과 가시화 수혜사·기여사 성과 배분 작업 중
    각 금융지주사 성과 평가 시 중점 부분 상이해
    계열사간 온도차 뚜렷...예리한 성과 지표 필요
    • 계열사 협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금융지주사들이 연말 성과 평가를 앞두고 고심 중이다. 참여한 계열사에 대해 부분적으로 성과를 인정하지만, 수혜사와 기여사를 정량적으로 가르긴 쉽지 않아 균형적인 성과 체제 마련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사에선 부실한 성과 체제를 악용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사실상 주요 금융그룹의 상업투자은행(CIB) 모델 경쟁이 시작된 원년이었다. 4대 금융지주는 너나할 것 없이 계열사 협업체제를 본격화하며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성과도 있었다. 다만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그룹 내 계열사간 기여도 평가는 부메랑처럼 숙제로 돌아왔다. 은행의 연봉체계와 증권사의 성과급제를 아우르는 균형적인 성과 체제가 필요하지만 아직 평가 지표가 예리하지는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딜에 참여한 계열사에 대해선 성과를 인정해주는 더블카운팅제를 기반으로 하지만 중점 지표는 차이를 보였다.

      금융지주사 중에선 계열사 협업 체제를 가장 먼저 구축한 신한금융지주는 딜에 참여한 모든 계열사 부서에 성과를 각각 100% 인정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투자금융부와 신한금융투자 M&A실이 참여한 경우 딜 규모 만큼 부서 성과로 인정하는 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각 부서는 연초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해나간다.

      통합 IB(One-IB)를 구사하는 하나금융그룹은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딜을 처음 조달(소싱)한 부서가 수익과 성과 대부분을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규모가 큰 딜은 은행 채널을 통해 소싱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은행에 보상이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증권을 인수한 후 올해부터 은행과 증권의 매트릭스 조직을 꾸린 KB금융지주도 성과 지표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딜이 성사돼 수혜를 입은 계열사의 이익을 기여사에 얼마나 분배해야 할 지 올 초부터 고민해왔다. 특히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활용했던 현대증권을 인수한 이후 KB금융그룹도 보상 체제 정비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전귀상 CIB 부문 부행장 역시 계열사 참여에 따른 효과적인 보상 평가 산식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CIB 역량 강화를 위해선 현재보다 섬세한 계열사 기여도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각 금융지주사도 동의하는 바다. 기여도를 정량 평가하기 어려워 계열사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어서다. 정교하지 못한 성과 배분 모델 탓이다.

      비은행계열사들은 성과를 정당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불만으로 꼽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금이 부족하다고 해 계열사가 급히 들어가 겨우 딜을 성사시켰는데, 공은 모두 은행에 돌아간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무임승차는 또 다른 부작용이다. CIB 성과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해 울며 겨자먹기로 계열사를 끼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큰 경쟁 없이 계열사의 도움으로 대형 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경쟁사보다 독자적인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딜 하나 진행하는 동안 계열사와 모여 하나씩 논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서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해 타계열사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여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균형적인 성과 체계를 정립하지 하지 못할 경우 과거 사례를 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금융지주들이 도입한 매트릭스 조직이 실패한 배경이다. 당시에도 조직간 적정한 보상 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난항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