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PE로 2000억 확보했지만 국내 투자자 조건은 '아직'
공시한 유상증자 일정도 "투자자와 조율한 일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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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까지를 목표로 했던 이랜드월드의 1조원 규모 투자 유치가 해를 넘기게 됐다. 현재까지도 투자자 간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거래 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진행하는 1조원 규모 유상증자는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지난 26일이 '공시'한 납입일이었지만, 실제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9월을 전후로 1조원 규모 투자 유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연말까지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1일 회사는 1조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발행 일정을 공시하기도 했다. 당시 공시엔 이달 26일까지 납입을 마치고 오는 28일 신주를 교부한다는 일정이 담겼다.
이랜드 그룹도 이같은 상황을 예견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당시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세부일정은 제3자배정 당사자와의 추가 협의로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일정이 미뤄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랜드월드 측이 이처럼 포석을 마련한 이유는 투자자와 사전 교감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가 발표한 증자 일정은 투자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는 연말까지 1조원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싶어했지만, 투자자들과의 투자 조건 논의의 진척이 생각보다 더뎠다. 투자 성사를 위해 유치한 핵심 투자자(앵커 투자자)에게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게 화근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아시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파트너스)의 투자를 유치해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관건은 투자규모 1조원 중 남은 8100억원을 부담하는 키스톤PE와 메리츠금융그룹 등 국내투자자다.
이들 국내 투자자의 의견 조율이 지난 2개월간 이어지고 있지만,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일정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앵커PE가 높은 배당 수익을 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선순위, 중순위 투자자에겐 조건이 불리해진 상황이다. 앵커파트너스는 자체적으로 결성한 펀드를 통해 CPS를 인수하는 대신 연 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이랜드월드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의 담보 여력이 크지 않아 투자 규모가 부담되는 데다, 투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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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7일 16:4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