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와 맞물려 주가 폭등...'이성 마비된 시장'
셀트리온 이전 상장 변곡점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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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이성이 마비된 시장이죠. 그래도 사야지 어쩔 수 없어요" (한 연기금 주식운용팀장)
셀트리온의 치솟는 주가를 바라보는 연기금 주식운용부서의 표정은 복잡하다. 정부의 정책, 바이오주 위주의 증시 등 여러 이슈가 이어지며 일단 바구니에 담지 않을 순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안정적 투자를 지향해야 하는 연기금의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까닭이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연기금 투자자는 셀트리온 주식을 대량 사 모으고 있다.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연기금 투자자의 셀트리온 순매수 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셀트리온은 기관들의 매수보다 매도 규모가 더 컸던 주식이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셀트리온 투자는 새로 나올 벤치마크 지수와 맞물린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코스닥 우량 종목을 포함하는 KRX300 지수를 새로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삼았던 연기금은 올 상반기 중 새 지수로 신규 편입되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아야 한다. 연기금의 셀트리온 주식 모으기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문제는 주가다. 연기금이 셀트리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도 끊이지 않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연말 대비 주가가 50% 올랐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40% 이상 상승했다. 셀트리온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00배, 주당순자산비율(PBR)은 20배를 넘어섰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주가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도 연기금은 셀트리온 매수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비이성적인 주가를 생각하면 차익을 실현해야할 시점이지만,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로 성과를 측정하는 연기금 특성상 일정 비중을 확보해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연기금의 관계자는 "지금 셀트리온 주식을 사는 건 '안정적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단언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벤치마크 대상으로 편입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매도 타이밍도 잡기 어렵다. 주요 연기금은 코스닥 투자를 사실상 제한했던 내부 운용 규정을 손질하며, 코스닥 전용 위탁운용사 선정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매도하긴 쉽지 않다.
한 공제회 주식 실무담당자는 "내부적으로 코스닥 투자 비중이 주요 연기금 중에서 높은 편이라 추가로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지만,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을 순 없는 상황"이라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느라 최근 셀트리온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연기금은 대놓고 주식을 던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기관들이 지난 15일부터 셀트리온 순매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은 16일까지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17일 본격적으로 셀트리온 주가가 조정을 받자 연기금도 그제서야 매도 대열에 합류했다.
연기금 관계자들은 셀트리온 주가의 변곡점으로 조만간 거래소가 결정할 '유가증권 시장 이전 상장 승인'을 꼽았다. 셀트리온이 코스닥과 분리되면 셀트리온에 집중된 과열 양상이 걷히고, 저평가·소외주로 관심이 환기되며 새로운 옥석 가리기가 다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새 벤치마크 지수의 세부사항이 공개되고 셀트리온의 이전상장이 완료되면 지금보다는 이성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셀트리온에 몰렸던 자금이 주변의 다른 종목으로 퍼져나가며 셀트리온 주가도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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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7일 14: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