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 거래 불허한 공정위 논리 여전
사업적 시너지 면에선 SKT가 우위에
CJ, SK와 LG 사이에서 줄다리기 본격화
-
CJ오쇼핑이 CJ헬로 매각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CJ헬로 매각 시계는 한동안 멈출 전망이다. 매각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갈리면서 이번 '해프닝'이 발생한 배경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거래의 주도권은 CJ그룹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CJ는 판도를 보면서 CJ헬로 인수를 희망하는 SK와 LG를 넘나들며 가격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은 CJ헬로 지분(53.9%) 매각을 현재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18일 공시했다. CJ헬로 매각설(說)은 전날인 17일 CJ그룹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두고 협상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마침 당일 CJ그룹이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발표했던 터라 매각 추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장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미디어·커머스 사업과 상대적으로 사업적 연관성이 낮은 케이블TV 사업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CJ그룹은 중장기적으로 CJ헬로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 최근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회사는 "매각 불승인 이후 검토하지 않았으나 신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CJ헬로 매각하기로 하고 CJ E&M에 이관했던 디지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이 매각 무산 후에도 CJ E&M 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고, CJ헬로 내 사업 변화도 거의 없었다.
CJ헬로는 상대적으로 CJ그룹 내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이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식품 및 식품소재·물류·문화 콘텐츠 사업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유료방송사업 자체 매력도가 낮은 점도 있다. 케이블 방송사업은 가입자 수 감소와 인터넷TV(IPTV) 같은 신규 사업자 등장으로 성장세가 꺾인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잠재적으로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CJ그룹이 거래 진행을 부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에 당장 매각할 유인이 적고, 그 시기도 애매하다는 게 CJ그룹의 의중이란 풀이다. 이미 한 차례 진행하다 마무리 단계까지 갔던 SK텔레콤과의 거래에 든 비용 등을 감안하면 굳이 새로운 원매자와 새 판을 짤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CJ그룹은 지난 2015년 한 차례 CJ헬로비전(現 CJ헬로)을 SK그룹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지분 30%을 우선 취득, SK텔레콤의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고 인수 후 5년 내 잔여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구조였다.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됐던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 심사 불허로 2016년 7월 최종 무산됐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으로 23곳의 방송구역 중 21곳에서 합병법인의 점유율이 1위가 된다는 점을 들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논리 대로라면 SK텔레콤뿐 아니라 LG유플러스의 인수도 공정위 문턱을 넘기 어렵다. 과학기술부(現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인수 무산 이후 권역별 규제 폐지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명문화된 규정은 아직 없다. CJ그룹 입장에선 LG유플러스로 매각을 추진하든 SK텔레콤과 협상을 재추진하든 불확실성에 노출된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2015년 SK텔레콤과의 딜 진행 당시 제일 반대했던 곳이 LG유플러스와 KT"라며 "이제 와서 LG유플러스가 사겠다고 CJ그룹 입장에선 기분 나쁜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사업적 시너지 면에서 SK텔레콤으로의 매각이 낫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CJ그룹 입장에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SK텔레콤의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시기상 애매한 측면도 있다. CJ헬로의 모회사인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이 변수였다. 합병비율로 인한 CJ오쇼핑 주가 하락 요인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회사 매각까지 진행하면 주주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과다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시장에선 CJ헬로 매각의 주도권은 CJ그룹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케이블TV 업체는 많은 반면 이들 업체를 인수할 의지를 가진 원매자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으로 한정돼 있어 CJ그룹이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M&A업계에선 CJ오쇼핑과 CJ E&M 합병이 마무리된 후 이르면 9월 CJ헬로 매각 거래가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가 되면 LG유플러스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 올 수 있다.
CJ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CJ그룹은 이미 한 차례 CJ헬로 매각을 진행했던 만큼 팔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모두 CJ헬로에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CJ그룹은 두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붙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8일 16: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