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축소' 보고서에 매도 행렬
국내 증권사, 입 닫은채 상황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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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도 없는 시계가 걸린 방에서 무도회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는 워렌 버핏의 말이 떠오른다. 무도회가 1초 뒤에 끝날 지, 몇시간은 더 계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다들 불안해할 뿐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프랍 투자 담당자)
올해 가장 '뜨거운' 주식인 셀트리온의 주가는 어디까지 오를까.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기관투자가들도 그 답을 가지고 있진 않다. 팔아도 찝찝, 사도 찝찝한 상황에서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수급을 체크하는 데 분주하다. 매매 패턴이 '면피'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기관들의 셀트리온에 대한 태도는 들쭉날쭉했다. 10월 중순 주가가 19만원선까지 오르자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지난해 12월 20만원선을 넘어서자 집중 매수에 나섰다. 연초 30만원대로 올라서자 다시 차익실현에 나서다, 외국인 매수세가 끊이지 않자 매도세를 멈췄다.
기관들의 심리는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어쩌지'에 가깝다. 한 투자자문사 운용역은 "단기 급등한 주식을 사긴 어렵지 않나"며 "위험 대비 수익률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제2금융권 자산운용역 역시 "지지선이 안 보이면 못 산다"며 "코스닥이 조명받으며 밸류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차익실현을 하긴 했지만 재매수 타이밍을 살피는 기관도 있다. 한 보험사 운용담당자는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소 주관적인 가격대이지만 시비걸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며 "반도체 말고는 성장 산업군이 몇 안남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투자전략담당은 "윗 선에서 영업에 활용할만한, 시장의 베타에 편승한 고수익 펀드를 요구하고 있는데 바이오 외에는 답이 마땅치 않다"며 "올해 미국 식약청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허가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라 업황 자체는 밝게 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주가를 받치고 있는 건 숫자(밸류에이션)가 아닌, 수급과 기대감이라는 덴 대부분의 기관이 동의한다. 이런 맥락에서 '셀트리온 주가 추이가 강남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팔려는 사람은 팔 생각이 없고 사려는 사람은 비싸게라도 사려는 심리 때문에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수급의 중심은 외국인과 연기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지난 17일까지 13거래일동안 6400억여원어치의 셀트리온 주식을 사들였다. 연기금도 비교적 꾸준한 매수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890억여원을 순매수했다. 순매도에 나선 날은 이틀 뿐이었다.
외국인과 연기금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과 코스피200 편입, 새 벤치마크 지수 편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세 차익보다는 비중 확보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이은택 KB증권 스트레지스트는 "시가총액이 커지면서 자금유입의 기대감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며 "숫자적인 분석보다는 (시총에 따라 커진) 불안정성을 흔들 이슈가 뭘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불안정성이 표면으로 표출되며 주가가 크게 요동친 게 지난 17일의 시장이었다. 노무라증권이 "놀라운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 밸류에이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중축소' 보고서를 내면서다. 외국인과 연기금을 비롯해 개인투자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이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눈치를 보던 기관들이 행렬에 합류하며 오후로 갈수록 셀트리온 주가 낙폭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셀트리온 주가는 9.7% 하락했다.
지분을 처분한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은 "매수 평균가가 20만원대 초반이라 차익 실현 시점을 재고 있었는데, 큰 조정이 들어와 이때다 싶어서 팔았다"며 "매도 레포트가 나온데다 다들 파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추후 주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셀트리온 주가를 분석하고 전망해야 하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입을 다문채 상황만 보고 있다. 주가가 최대 35만원을 찍고 내려왔지만, 와이즈에프엔 기준 국내 증권사 16곳이 제시한 셀트리온 목표주가 평균은 여전히 22만2500원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이 지난 4일 28만5000원을 목표가로 제시한 게 마지막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누가봐도 오버슈팅(과매수) 상황인데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어 지금은 목표가 제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강성 개인주주 등까지 고려하면 지금 자신있게 목표가를 내놓을 수 있는 연구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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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