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에 인터넷 업체까지 확장 의지↑
소셜커머스 업체들 고민 깊어져
"파느냐 키우느냐…올해가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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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계의 시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통 대기업과 인터넷 IT업체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추가 투자금 유치를 통한 사업 유지와 매각을 통한 사업 정리라는 기로에 선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셈법은 복잡해진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약 64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재 300조원 규모인 국내 유통시장에서 이커머스(PC·모바일)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수준이다. 연평균 15~20%씩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속도를 감안하면 유통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고속 성장을 보이는 시장이지만 이커머스 업체들은 마냥 웃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를 생존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크고 있지만 업체들 사정은 더 힘들어졌다"며 "추가 투자자 모집이 불가피한데 이젠 더 이상 어필할 매력 요소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유통 대기업과 인터넷 IT업체들이 각각 자본력과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티몬·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에 드리워진 그늘은 더욱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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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들은 오프라인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온라인 겨냥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일찌감치 온라인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한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의 온라인 강화 드라이브 기조 하에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신설 법인을 만들었다.
온라인 중심으로 시장 중심축이 이동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롯데나 홈플러스 등 기존 대형 유통사들도 온라인 부문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미 전국에 배송망과 물류센터 그리고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 대비 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1조원 투자유치와 온라인 신설 법인 출범을 발표하며 언급한 '2023년 온라인 매출 10조원'은 시장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큰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수익성인데 유통 대기업들은 기초 체력이 되는 만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 시장 잠식은 시간문제다"고 언급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IT업체들의 확장 속도도 위협적이다. 네이버는 스토어팜을 통해 사실상 이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페이와 연계, 결제 수수료(3.5%)만 받고 중개 사업을 하고 있다. 일평균 3억건의 검색(PC·온라인) 중 30%가 쇼핑과 관련이 있어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역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쇼핑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더해 새롭게 카카오톡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에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주문을 하면, 결제까지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진행하는 모델이다. 중소 사업자 위주로 입점 업체를 모집한 네이버와 달리 프랜차이즈나 대형 브랜드도 입점하고 있어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셜커머스 업체에 투자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선 조만간 시장 재편이 이뤄지며 소셜커머스 업체들 중 상당수가 고사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 유통 업체들의 영업 노하우를 너무 쉽게 생각한 데다가 차별화에도 실패해 성장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지금 대기업 등에 팔아 투자금이라도 회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며 "문제는 파려는 의지가 있어도 대기업 입장에선 '직접 하면 될 것을 굳이 비싸게 살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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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1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