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악화·사드이슈·신동빈 리스크 등 악재 겹쳐
상반기 악재 해소 가능성 커 "시장에 변화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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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신세계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는 등 유통업계 판도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가운데 유통공룡인 롯데쇼핑은 좀처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너리스크와 업황 악화, 해외 사업 부진에 발목이 잡힌 롯데쇼핑은 결국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악재 중 일부는 올 상반기 중 해소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확장 의지가 꺾였던 롯데쇼핑이 이제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18조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00억원을 기록하며 2년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중국 사업 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오너 일가 관련 재판이 길어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롯데쇼핑은 그룹의 인수합병(M&A) 선봉장이었다.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부문, 하이마트 등 1조원이 넘어서는 굵직한 M&A를 이끌어 내며 외형을 키웠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마트 인수도 과감히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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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확장 본능은 최근 2년간 안팎으로 타격을 입으며 급격히 위축됐다.
사드(THAAD) 이슈를 정통으로 맞으면서 중국 사업부에서 지난 2년간 4000억원 규모 손실을 냈다. 중국 롯데마트 점포는 총 112개점으로 이 중 99개점이 영업 정지를 당했다. 결국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5개월째 답보 상태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백화점의 매출액도 줄었다.
오너리스크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 회장이 이에 항소하며 소송은 길어지고 있다. 13일에는 K스포츠재단 뇌물공여 사건 관련 1심 선고공판이 있다.
그룹 오너이자 경영상 최고 결정권자가 여론에 뭇매를 맞으면서 최우선 과제는 사업 확장보단 지배구조 개선으로 옮겨졌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에 투자 부문을 이양해 사업회사로 남게 됐다.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롯데지주를 따로 세우면서 롯데쇼핑의 그룹 내 지위는 약화했고, 중심 축은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로 이전됐다"고 언급했다.
M&A 역량도 약해졌다는 평가다. 그룹 전반의 경영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본부는 쇄신을 목적으로 해체되면서 경영혁신실로 명칭을 변경했고 그 영향력도 과거보다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그룹 M&A 담당자들이 각 계열사로 흩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제 롯데쇼핑은 사업회사로서 역량을 더 발휘해야 하는데 과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화점업은 고객 이탈이 심해지고 있고, 저수익상품의 매출 비중은 늘고 있다. 경쟁사 신세계가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신세계는 최근 온라인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법인을 세우기로 하고 1조원의 외부 투자 유치도 확정됐다. 적자 전환한 롯데쇼핑과 달리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지난해 위축된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고 가장 문제가 된 중국 현지 마트 매각 작업도 상반기 중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석방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판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도 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기대감이 롯데쇼핑보다 신세계로 향하고 있다"면서 "여러 악재가 끝나가는 롯데쇼핑이 올 상반기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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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1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