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총량은 비슷…비우량 기업 감사질 하락 우려
선진 시스템 도입 대형 회계법인선 역차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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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감사시간 도입을 앞두고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률적인 시간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감사의 품질이 하락하거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AI) 감사 시스템 도입 등 노력에도 감사시간을 채울 인력이 부족해져 일감이 줄어든다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의 질을 높여 투자자와 이해관계인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기업 우위의 감사 환경에선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부실감사 사태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7일 세미나에서 가이드라인 제정방향을 설명했고, 금융위원회는 3월 중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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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업들의 감사시간을 기존의 1.5~2배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회계사회가 세부 적용안을 고민 중이고 조율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대형 회계법인들은 획일적인 기준이 정해질까 걱정하고 있다. 효용을 떠나 시간 기준이 정해지면 일단 지켜야 한다. 시간보다는 기업의 감사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부분 파트너는 “대기업들도 감사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갈리는 데 일률적으로 시간만 늘리게 된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감사에 충실한 기업은 시간을 늘릴 필요가 없고, 감사를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시간을 늘린다고 감사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 시간이 늘어난다면 보수도 비례해 늘어나겠지만 대형 회계법인에선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적인 감사의 질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도 감사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회계법인들이 앞으로 늘어난 시간을 채우기는 더 어렵다. 탄력적으로 적용하면 된다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점도 부담이다. 회계사 직종의 매력은 예전만 못하다. 외국에선 공장 자산 실사 등은 회계사가 아닌 직원들이 나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회계사들이 일일이 투입돼 살펴야 한다.
자연스레 원래 감사 보수가 높았던 우량 대기업부터 챙기게 되고, 맡을 여건이 되지 않는 기업들은 그보다 작은 규모의 회계법인들에 내줄 수밖에 없다. 한 기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감사 보수는 늘어도 보수 총량은 변하지 않는 셈이다. 중소 회계법인들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이합집산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회계학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4대 회계법인이 기존 고객을 모두 유지할 수는 없고 20% 정도는 상대적으로 감사 역량이 떨어지는 로컬 회계법인이 맡게 될 것”이라며 “중소, 비우량 기업일수록 작은 회계법인들이 맡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는 감사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 외부감사법은 3년마다 감사환경 변화를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불합리한 점을 신속하게 고치기 위해선 주기를 2년 정도로 줄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관계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향후 조정신청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표준감사시간 제도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역행하거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형 회계법인들은 일찌감치 글로벌 수준 감사 시스템 도입에 앞장 서 왔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서류를 AI를 활용해 검토하고, 회사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확인하며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들은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 더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데 로컬 회계법인과 같이 대우한다면 문제”라며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는 시기인데 회계업계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은 시간 자체보다는 보수 현실화를 위해 추진됐던 것”이라며 “사회 분위기가 점차 적정 감사보수를 주자는 쪽으로 흘러가는 데다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보수가 늘 기회도 생긴 터라 빅4 회계법인들로선 시간에 묶이는 것이 껄끄러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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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28일 15: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