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독자 생산모델' 구축
SM엔터發 대형화 바람 솔솔
독점에 콘텐츠 질 저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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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 참여자들이 하나둘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는 제작사 인수를 통해 제작 역량을 키우고, 제작사는 매니지먼트 사업이나 유통 채널 선점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대형 종합 콘텐츠사는 이미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소수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콘텐츠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는 키이스트 경영권을 확보하고, FNC애드컬처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번 거래로 SM은 콘텐츠 제작 수직계열화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배우·아이돌 매니지먼트와 제작사업 간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이종 사업에 투자하던 SM이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며 "지난해 SK텔레콤과의 교차거래로 플랫폼을 확보한 데 이어 제작사를 인수해 콘텐츠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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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에선 이와 같은 미래 전략이 YG·JYP 등 다른 엔터·미디어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티스트와 제작 그리고 유통·플랫폼을 모두 확보한 '종합 콘텐츠 회사'는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엔터·미디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설명이다.
아티스트 영향력을 가진 엔터사로선 제작사나 유통·플랫폼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분석도 있다. 드라마·예능 등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캐스팅이 차지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부터 출연 배우를 정해놓고 콘텐츠를 제작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작품 흥행 후엔 아티스트를 통해 광고 등 2차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소비자를 타기팅(Targeting)한 수출용 콘텐츠 제작도 용이하다.
실제 YG나 JYP는 각각 제작 자회사 YG스튜디오플렉스, JYP픽쳐스를 두고 스타PD·작가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해당 자회사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둔 드라마·웹드라마·예능 등을 제작하는 구조다. YG의 경우 네이버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며 유통·플랫폼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제작사로 출발한 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체 방송 채널을 보유한 CJ E&M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세웠고, 산하에 매니지먼트사도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은 20편의 방송 드라마를 제작, 방송 드라마 제작 편수 1위 업체로 올라섰다.
각각 방송 채널(jtbc)과 영화관이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진 제이콘텐트리나 NEW 등도 제작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드라마 제작사인 메가몬스터(옛 스토리플랜트)를 자회사로 두며 매니지먼트 사업과 제작 사업을 연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특히 드라마 제작사업에서 쏠쏠한 재미를 볼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콘텐츠다. 방송 방영권료 외에 PPL(Product Placement) 수익이나 케이블 전송료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최근엔 중국·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중남미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는 업사이드가 10% 안팎으로 영화에 비해 작지만 하방 리스크가 없다"며 "해외에 수출하면 현지에서 출연 배우가 나온 예능이 뒤이어 유행하고, 현지에서 광고도 찍을 수 있어 기대 수익이 좋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콘텐츠 독자 생산모델을 갖춘 소수 대형 엔터·미디어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규모 제작사가 대형사에 편입되면서 콘텐츠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콘텐츠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키이스트의 김수현과 SM의 설리가 주연을 맡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영화 '리얼'의 흥행 참패가 대표적 사례"라며 "드라마를 제작할 때 해당 제작사 소속 연기자들로 캐스팅이 채워지면 비용을 줄일 순 있지만 콘텐츠 질이 떨어지고, 소비자의 반감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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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