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예상했지만…삼성-베인 합의점 도출 못 해
-
삼성물산의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지난달까지 거래가 종결될 것으로 예상해 왔으나 아직 삼성과 인수후보자 사이에 이렇다 할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일부에선 이미 '물 건너 간 딜(Deal)'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되기 전에 시작된 거래는 해를 넘겨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매각 대상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이 한화그룹과 빅딜을 진행하면서 삼성종합화학 경영권을 넘겨주고 남은 지분이다.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거래는 공교롭게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과 맞물려 삼성그룹이 기존 거래조건을 변경하고, 인수후보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었다. 최초 입찰과정에서 다수의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현재는 베인캐피탈(Bain capital)만이 남아 있다.
협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번 거래의 성사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는 시각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변경된 조건을 제시한 이후 베인 측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했는데 이후 삼성 측에서 이렇다 할 피드백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양측의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또한 "몇 주 전까지 협의를 진행했고 아마 마지막 오퍼(offer)를 주고받은 상황으로 보이는 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거래는 아닌 듯 하다"며 "최근 (베인이 위치한) 홍콩에 연휴가 많아서 협상이 길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이 지분 매각에 착수할 당시 "왜 지금 이 거래를 시작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삼성이 한화에 풋옵션(Put-option)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으로 앞으로 5년이 남아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첫 번째 공적으로 평가받는 M&A를 이 부회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명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물산이 향후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이번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공식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우회적인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의 보유현금은 약 1조6000억원이다. 현재는 장부가액 5600억원의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삼성과 베인이 합의점을 도출한다고 해도 한화그룹과의 협의도 남아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매각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과 베인 측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양측의 협상이 끝나면 다시 한화그룹과의 주주 간 계약 등 협의할 사안이 남아있다"며 "이번 거래는 단순히 삼성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차원이 아닌 삼성그룹과 인수 후보, 한화그룹 등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11일 15:5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