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등급 관계 없이 공모 회사채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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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업황과 관계없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하며 고금리를 좇는 대규모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기등급 기업들마저 흥행에 힘 입어 증액 발행하는 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로 1분기가 고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당분간 회사채 발행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AA급 우량 회사채뿐 아니라 투기 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에도 자금이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A급 이하의 신용도를 갖춘 기업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들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약 1조9000억원을 발행한다고 신고했지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의 수요를 확인한 후 발행 규모를 2조9000억원으로 늘렸다.
훈풍은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BBB급 회사채에도 이어졌다. 이달 12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대한항공은 목표액보다 4배가 넘는 물량이 들어와 시장을 놀라게 했다. 대한항공은 24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수정했다. AJ네트웍스와 ㈜한진 역시 희망 모집액의 2배에 이르는 청약금이 들어와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한진의 경우 지난해에도 채권을 발행했는데 당시 기관들의 수요는 희망액을 겨우 충족하는 1배 수준에 그쳤다. BBB급 기업 중에선 ㈜한진이 그나마 가장 큰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단일 조달 규모는 700억원에 불과했다. 투기등급을 보유한 일부 기업들은 수요예측 후 반응이 좋지 않아 발행액을 줄이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시장 분위기에 비해 올해는 양호한 분위기"라며 "하반기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한 기업들도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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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상반기에 회사채 발행을 집중한다. 연초에 기관투자가의 자금 집행 여력이 많아 하반기에 비해 흥행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상고하저(上高下低)' 기조는 매년 반복됐지만 올해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흥행하는 기현상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공모 회사채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었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가계부채 축소를 목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는 정부 기조로 자금을 소진하지 못한 금융권은 이를 대체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갈 곳을 잃자 기관들은 고정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로 투자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단위 농협, 수협을 비롯한 리테일 기반의 제2금융권의 참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채 시장이 과열되면서 업황과는 무관하게 흥행에 성공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가 대표적이다. 올해 부동산 규제로 주택•건설 투자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하고 있다. 또 대우건설로 비롯된 해외 사업 리스크도 재부각되며 건설사에 대한 투자심리는 좋지 않다.그럼에도 올해 1분기 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태영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은 적게는 2배, 많게는 8배가량의 청약금이 들어와 성공적으로 채권 발행을 마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에선 흥행에 성공해 시장의 상황과 괴리가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상반기 수요에 힘 입어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BB+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한솔테크닉스는 8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6년만의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달 1000억원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아시아나항공도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BBB+이라는 낮은 신용도에도 최근 사모 CB가 리테일에서 대부분 소화된 점을 미뤄봤을 때 공모 회사채 발행도 리테일 수요를 기반으로 무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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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