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기대감서도 금융주 주목
업계 의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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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에 있었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는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사업비만 3조36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철도사업과 이 사업의 30년간 운영권리를 두고 컨소시엄 대표로 신한은행과 현대건설의 대결에서 신한은행이 이긴 것이다.
현대건설은 민자사업 경험이 풍부한 건설업계에서도 단연 손에 꼽히는 건설사다. 민자SOC 사업은 돈도 그렇게 되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한라건설 등 범현대가 건설사들이 총망라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우협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금융사가 이 정도 규모의 철도 사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선정 배경으로는 '전문적인 금융기법을 통한 비용 절감'이 꼽힌다. 금융주선능력을 통해 사업비를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무관리 능력을 통해 사업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민자사업에 대한 눈높이가 '시공' 능력에서 '금융' 능력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의 민자사업이 건설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사례가 많았던 게 사실. 그러나 이번 GTX-A 노선 우협 선정 이후로는 금융기관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주 못지 않게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본적으로 철도, 도로, 가스 등의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기서도 금융사들의 능력이 더 발휘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민자SOC 사업의 주도권이 은행,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금융지주사로 넘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종이 남북 정상 회담 수혜주로 주목받은 것은 북한 인프라 확대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고 신한의 GTX 수주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며 “과거에는 해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중심이었다면 요즘에는 국내 은행의 PF가 강화하면서 조연에서 주연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신한금융지주 정도가 잘 준비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은행, 증권, 운용) 중심의 컨소시엄이 건설 수주를 따내는 건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건설 수주는 시공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금조달이 관건이기 때문에 신한 컨소시엄이 GTX를 수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2011년 은행들이 부동산PF를 줄이고 있고 앞으로도 확장할 여지는 없어 보이지만, 금융지주사들은 계열 증권사를 활용해 관련 사업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소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 비해 금융지주사들이 IB에 관심을 높이며 조직 확충과 해외 인력 유치를 통해 PF실력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몇 건의 사례로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구축→자금 확보→은행 수혜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몇 년 내에 이렇게 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각 컨소시엄마다 은행과 건설사가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누구의 이름을 앞세울 것이냐는 상징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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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