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경협 수혜주로 부상...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세지감'
고비 넘겼지만 테마주라는 우려도..."실적 개선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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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어치만이라도 받고 싶은데 얼마를 청약 해야 할까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 두산건설이 남북 경협 기대주로 부상하며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시장에서 외면 받은 경험이 있어 올해는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최근 건설기업의 주가 상승과 높은 금리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북경제협력' 수혜주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두산건설과 주관사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산건설의 BW 일반공모 청약일이었던 지난 8일, 발행을 담당한 증권사에 기관투자가의 문의가 이어졌다. 청약 증거금을 어느 정도 내야 BW를 받을 수 있는지 힌트라도 얻고자 함이었다. 한 투자자는 '물량이 적어도 괜찮으니 배정만 해달라'고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명료하다. 두산건설의 최근 주가는 30%가량 뛴 400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발행공시를 냈던 4월 초만 하더라도 주가는 3050원 전후에 머물렀다.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대두된 4월 말 이후 건설주는 30%가량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W에 주어진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3005원으로 확정돼 현재 주가를 유지할 경우 1000원의 차익을 볼 수 있다.
금리도 높다. 이번 BW의 표면금리는 연 4.0%, 만기수익률은 연 7.0%다. 지난해보다 1.5%포인트 높였다.
발행물량은 7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데 반해 수요가 높아지자 청약 경쟁은 치열해졌다. 양일간 1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이 몰리며 1년 전 '미매각'의 악몽을 떨쳤다.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두산건설이 BW로 1500억원을 조달할 당시 기관 청약금은 56억여원에 그쳤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6개 증권사는 발행 물량 대부분을 떠안아야 했다. 이 여파로 올해는 지난해 참여한 증권사 일부는 올해 BW 발행엔 참여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1000억원 수준의 조달을 원했지만 미매각 시 주관사의 부담을 우려해 올해 발행액을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두산건설 BW의 발행 주관사 관계자는 "우리가 잘한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잘했다"며 얼떨떨해하면서도 "부침을 거듭하던 두산건설에도 여러모로 좋은 징조"라고 반가워했다.
수년간 두산그룹 계열사의 발행 업무를 도맡아온 신영증권도 큰 걱정거리가 사라져 홀가분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인수수수료, 성과 수수료를 더해 최소 23억원을 주관사단에 지급한다. 대표주관사인 신영증권은 회사로부터 5억원을 추가로 받는다.
남북경협 덕에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통일 테마 주식이 부상하고 있지만 이 기조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선 시장의 의견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두산건설은 특히 매년 꾸준히 BW 발행을 이어오고 있어 내년 주가가 따라주지 않을 경우 기관들이 어떻게 돌아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워런트 가격도 이에 영향을 받는다.
건설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과거 남북 경협에 따른 인프라 투자 사례 엿보면 건설사 전반에 수혜가 있었고, 발주 물량도 증가했다"며 북한의 경제 개방에 따른 수혜가 건설사에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남북 경협이) 호재는 맞지만, 실적 부진이 단기로 해소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투자자의 냉정한 판단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589억원, 당기순손실은 184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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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0일 17: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