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공장 증설·에피스 연구개발비 지원 등 대규모 자금 필요
회계 논란 직전 사모채 1900억원 발행했지만...향후 자금 조달 차질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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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처리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 자금은 올해 모두 소진된다. 준비 중이었던 신규 공장 증설과 그간 이어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지원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를 기점으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모두 소진한다.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회사는 2조2500억원을 공모했다. 이중 삼성물산이 구주 매출로 가져간 금액과 발행 비용 등을 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순유입된 자금은 1조2300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 자금을 받은 직후인 2016년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과 2017년 2회에 걸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4000억원을 지원했다.
남은 7800억원은 3년간 설비 시설에 사용했다. 제1,2공장 보완투자에 400억원을, 제3공장 신설 투자에 7400억을 썼다. 제3공장에는 지난해까지 5300억원이 투입됐고 올해 2100억원이 더 들어간다. 올해 3공장 증설을 끝으로 상장 자금을 모두 소진한다.
1조2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모두 사용한만큼 올해부터 다시 투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하는 시점이다. 예상 금액만 수조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완공되는 제3공장에 이어 생산 라인 확대를 논의 중이었다. 송도에 제4공장을 위한 부지도 확보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9년부터 제4공장 신축을 진행하려 했었다"며 "제3공장과 규모가 비슷하거나 더 커 설비 비용은 1조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비 지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몫이다. 그동안 2대주주인 바이오젠의 지원이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 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해 왔다. 2012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한 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 회사 측이 밝힌 증자의 목적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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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원은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꾸준히 이뤄졌지만 올해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사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마케팅 비용과 추가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 판매허가 승인을 취득하기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800억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원 없인 자생하긴 어려운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정상적인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시점까지 상당 규모의 자금 소요가 있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추가적인 증자 지원을 각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장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일한 자금 조달 창구는 사모채 발행이었다. 실적이 불투명한 바이오 기업 특성상 적정 신용등급을 받지 못해 사모 시장에서만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이슈가 확대되기 직전인 지난 달 사모채를 발행해 1900억원을 조달했다. 그동안 회사가 발행한 사모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앞으론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모 물량을 소화하던 기관투자가들도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시기 상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분식회계 논란이 지속될 경우 사모 시장에서도 지금처럼 원만히 소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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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