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는 메자닌 투자, 무너지는 '리픽싱 70%' 관례
입력 2018.05.23 07:00|수정 2018.05.24 08:44
    메자닌 시장, 통상적 ‘리픽싱 70%’로 발행
    코스닥 벤처펀드 편입 흐름 이용해 리픽싱 하한 높여
    •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되면서 주식자본시장(ECM)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메자닌 전환가액재조정(리픽싱) 요건을 80% 이상으로 설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리픽싱 하한을 70%로 설정하는 게 '무조건'은 아니지만 통상적 '관례'였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규정)'에 따라 리픽싱 하한을 70% 이하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발행기업들은 리픽싱 최대 한도인 70%로 설정해 메자닌을 발행하곤 했다.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메자닌을 발행해야 자금 조달이 쉬워서다.

      일반적으로 메자닌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이나 자금 조달 시장 접근이 어려운 중견·중소·벤처 기업들이 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원활한 투자 자금 유치를 위해 리픽싱을 70%로 설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영향으로 이 같은 메자닌 시장의 관례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벤처펀드들이 포트폴리오 내 의무 편입해야 하는 코스닥 주식을 메자닌으로 대체해서 담는 등 수요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메자닌의 리픽싱 요건이 85%에 이르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눈에 띄고 있다.

      5월만 하더라도 한 코스닥 바이오 기업은 리픽싱 요건을 85%로 해서 CB(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또 다른 정밀기계 전문기업은 리픽싱 요건이 75%인 CB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변동성 노출이 잦은 주식(보통)보다는 메자닌이 아무래도 채권 형태로 보유하면서 중장기적 수익을 낼 수 있어 편입 수요가 많다"며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와 맞물려 발행된 메자닌을 보면 앞서 발행했던 메자닌보다 리픽싱 하한을 높게 설정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체 메자닌 시장을 보면 리픽싱 요건이 70%인 경우가 여전히 일반적이다. 또한 리픽싱 하한을 높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기업들이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리픽싱 하한을 높게 설정하면 해당 메자닌에 편입한 코스닥 벤처펀드의 수익률에는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게 된다.

      2년 전만 해도 리픽싱 하한을 높게 설정한 기업들은 주가 상승이나 반등 모멘텀이 큰 경우에 한정됐다. 리픽싱 폭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 자금 유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 정도가 과거에는 리픽싱 하한을 높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적자가 발생하거나 주가 상승 요인이 부재한 기업이라도 '코스닥 벤처펀드 편입 대상'에 해당되는 것을 믿고 무리한 요건의 메자닌을 발행하는 등 메자닌 시장 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이 코스닥 벤처펀드 요건을 맞추기 위해 '묻지마 메자닌 투자'를 감행하는 펀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리픽싱 요건이 80%대인 메자닌이 발행된 적 있는데 이는 해당 기업이 발행 당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서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에 발행되는 85%의 메자닌은 기업 가치 대비 합당한 요건이 아니라 코스닥 벤처펀드 편입이라는 호재를 악용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