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신선식품 배송 '위협적'
출혈 경쟁 구도 심화 우려
아마존 국내 진출 여부도 관심
-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의 이커머스 사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흩어져 있는 8개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는 신규 법인을 설립한다고 이달 발표했다. 신세계그룹도 올 초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몰을 통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조(兆) 단위 투자도 선언하면서 기존 이커머스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 여부도 주목된다.
오프라인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과점하던 두 대기업은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하락하는 모습이다. 매출액 기준 2013년 18%에 달했던 롯데와 신세계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 수준으로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부실 점포를 정리하기도 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점포를 매년 늘려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통업계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기존 대형사의 온라인 채널 확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절박함 때문에 양사는 대형 자금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통합몰에 외부 투자금 1조원을 유치한 후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3조원의 자금을 향후 5년동안 투입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신세계와 롯데가 발표한 온라인 확장사업도 기존 이커머스업체와 큰 차별성이 없어 결국 자본력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이커머스 업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시장의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대형 투자는 끊긴지 오래다.
이커머스 5개사(이베이, 쿠팡, SK플래닛, 위메프, 티몬)의 매출액은 2016년 4조4500억에서 2017년 매출액은 5조4600억원까지 확대했다. 수익성은 악화했다. 쿠팡,티몬, 위메프는 지난해 적자를 보였다. 쿠팡의 경우 2015년, 2016년 연속 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고 결국 지난해 사상 최대 손실 규모인 6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유통사까지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면 각 사의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커머스사에 대한 신규 투자도 요원하다. 지나친 기대감으로 부풀려진 기업 가치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마련했는데, 회사의 기업가치는 3년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 받았을 당시와 비슷했다.
인수합병(M&A)을 고려했던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투자업계의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의 지분가치가 상당히 비싸 M&A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신세계와 롯데도 지난해 SK플래닛 인수를 검토했지만 자체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자본력을 무기로 시장 재편에 나서는 신세계와 롯데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업계의 속도를 대기업의 의사결정으로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관계자는 "그간 롯데그룹이 옴니스토어(온·오프라인 융합 매장) 등을 구상했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며 "대형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기대감은 낮다"고 언급했다.
롯데그룹이 밝힌 3조원 투자 계획도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롯데쇼핑 측은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일 뿐 증자나 외부유치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이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가 신세계그룹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신세계의 온라인 신설법인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음식료품은 소매 시장 비중 대비 온라인 비중이 낮아 침투 여력이 높은 사업군이다. 신선식품을 시작으로 연관 구매가 발생할 경우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도 가장 빠른 시일 내 점유율을 높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출 여부도 다시 주목된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MD, 기획자 채용도 없어 현재까지도 국내 시장의 변화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출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시장 사이즈는 작은 반면 경쟁이 치열한 기형적인 시장 구조 탓에 신규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유통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특징은 기업 간 차별화 포인트가 없어 가격경쟁이 심하는 점"이라며 "글로벌 업체들 입장에선 매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유통사들은 그럼에도 아마존 진출 가능성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롯데쇼핑 강희태 사장은 이달 열린 이커머스 사업 설명회에서 아마존에 대해 "두려운 존재이지만 한국 전통 유통업체가 있어 시장 지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9일 14: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