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필요성도 거론돼...회사는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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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증권사들로부터 '유상증자' 제안을 받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중후장대 기업의 증자가 성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두산중공업에도 "이번 기회에 자금을 조달하라"라고 제안하는 형태다. 두산 주요 계열사가 남북 경협주로 지목된 점도 한몫하고 있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증권사가 최근 두산중공업에 유상증자를 제안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하다고 회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산 측은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하락 등을 비롯한 여러 요건을 감안, "신주 발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에 증자 제안이 가는 이유는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두산중공업은 디지털팩토리 증설과 고효율 가스터빈 기술 개발 등 대규모 설비 투자와 R&D 투자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50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전액 시설 투자에 사용했다.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4년 12월 두산중공업은 3800억원 규모 우선주를 발행했다. 납입일로부터 5년 뒤인 2019년 12월 두산중공업은 우선주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발행가액에 연 5.48%를 가산한 금액으로 상환할 수 있다.
RCPS 발행 시점에서 5년이 지난 이후 회사가 상환하지 않을 경우 매년 0.75% 금리가 상향하는 스텝업 조항이 있어 회사도 사전에 상환 자금을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
주요 증권사 역시 올해가 두산중공업이 대형 자금을 공모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연결 자회사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1분기 3조5737억원의 매출액과 30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이 개선된 실적을 내며 중공업의 연결 실적도 개선됐다.
하반기 해외 원전 수주도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영향으로 수주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해외 원전 입찰전에 참여해 신규 수주 가능성이 있고, 통상적으로 4분기에 수주가 집중되는 성향이 있어 투자자들도 하반기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남북경협주로 부상하며 주식 시장에서도 높은 관심 받고 있다. 북한의 발전·인프라 사업이 추진될 경우 국내에선 확장이 어려웠던 대규모 발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4월 27일 이후 보름새 15%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앞서 진행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점도 두산중공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투심이 돌아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주관사들도 자신있게 두산중공업에 대규모 증자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그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두산중공업이 향후 미래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언급했다.
다만 회사 측은 이런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은 "어디까지나 외부의 제안이며 지금 증자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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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