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노선, 카드사 매출 대부분 유동화
"ABS는 선순위 채권이라 팔리긴 하겠지만
1년 내 5300억 상환해야…재무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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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채 발행 대신 신용등급 높은 ABS를 선택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유동성을 마련해 당장의 빚을 갚아나가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특수목적법인(SPC) 색동이제21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를 통해 15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 및 인수는 BNK투자증권·KB증권·하이투자증권이 맡았고, 키움증권·한화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납입 기일은 오는 19일까지다.
기초 자산은 'KB국민카드를 이용해 국내·국제선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발생하는 장래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이다. 해당 자산(신탁원본)을 바탕으로 추정한 현금흐름은 모집액의 약 5.6배인 8393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ABS로 조달한 1500억원을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ABS는 시장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 항공사 특성 상 산업 내 지위가 높아 수요가 꾸준하고, 주요 신용카드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채권이라 회수 위험이 낮다. ABS 신용등급은 기업 신용등급 대비 2노치(Notch) 높은 BBB+다.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채권 부도 등으로 하이일드 채권 수요가 급감한 것은 맞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판매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BS 투자 심리와는 별개로 회사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우선 올 1분기 말 기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총액은 5260억원이다. 추가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선 국내·외 노선은 유럽·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을 유동화했다. 지난 2월에는 홍콩·싱가포르 여객 및 화물 매출채권(색동이제20차)을, 작년 2월·9월에는 각각 미국 여객(색동이제17차)·일본 여객 및 화물(색동이제19차)을 유동화했다. 지난 2014년 6월·2016년 3월 각각 국내 화물(색동이제14차)·국내 여객(현금 결제 기준, 색동이제16차)을 기초로 ABS를 발행했다.
신용카드사 별 매출채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10월 비씨카드 등 5개 카드사로 결제한 국내 여객 및 기내 면세품(색동이제13차)을, 작년 4월에는 삼성·신한카드로 결제한 국내 여객들의 매출채권(색동이제18차)을 유동화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KB국민카드를 포함하면 국내 주요 카드사 매출채권은 대부분 활용한 셈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여파로 실적이 나빠진 중국 노선은 유동화하기 어렵다"면서 "앞서 유동화한 자산의 만기가 도래해 상환하기 전까지는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ABS는 일종의 선순위 채권이라 시장 수요는 있을 텐데, 판매에 성공했다고 회사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 체력)이 나아졌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지금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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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15일 16: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