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신세계 등 兆단위 투자에 부담 느낀 듯
동남아시아·그룹 내 온라인몰 통합 등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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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사 A사는 최근 국내 주요 컨설팅 3사에 온라인 전략 수립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A사는 RFP 발송 당시 세 컨설팅 회사 중 반드시 한 곳은 무조건 선정하겠다고 확약하기도 했다. 마감 날짜가 다가왔지만 A사에 제안서를 보낸 컨설팅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미 수많은 유통사에서 온라인 사업 관련 컨설팅 요청이 들어와 손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주요 유통사들이 온라인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략 수립을 돕는 컨설팅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유통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고, 아직 국내에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모델이 없어 업계 전문가에 앞다퉈 자문을 구하는 모습이다.
특히 쿠팡이나 티몬 등 업력이 짧은 유통업체들이 단시간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을 펼쳤던 기존 유통사들도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양분하던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이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승부수를 걸기도 했다. 온라인 사업은 더이상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신세계와 롯데가 내놓은 온라인 전략은 컨설팅사의 자문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베인앤컴퍼니에, 롯데그룹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수년째 컨설팅을 맡기고 있다. 유통업계의 대표주자인 양 사의 흐름을 쫓는 후발 주자들도 뒤이어 컨설팅사에 의존하게 된 배경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유통사까지 온라인 사업에 나서면서 시장 흐름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위기감을 느낀 유통사들이 줄이어 컨설팅 업계를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뒤쳐지지 않고 다른 유통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이 현재로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처럼 자리를 잡은 유통사를 찾기 어렵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금을 소진하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최후의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 얼마나 소요될 지 예측할 수 없는 막연한 상황에서 무작정 자금만 소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확장 방안에 대해서도 대체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효율적인 온라인 사업부 운영 방안은 컨설팅사에 맡기는 주요한 숙제 중 하나다. 계열사 중 통합 온라인몰을 어느 곳에 맡겨야 시너지가 날 지,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야 할 지 여부를 묻는다. 동남아시아 유통 시장의 동향과 글로벌 사들의 진출 사례, 이에 따른 국내 유통사가 모색할 수 있는 방안도 공통된 질문으로 꼽힌다.
컨설팅사에 의존하다보니 유통사의 전략에서 큰 차별성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투자금을 대거 쏟아붓는 기존 업체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자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전반적인 전략과 방향성이 대부분 비슷해 특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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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