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신한'의 변화?…부동산 시장 키플레이어로 부상한 신한은행
입력 2018.06.27 07:00|수정 2018.06.28 09:53
    "면허학원 PF, 은행권서 찾기 힘든 사례"
    IB 인센티브 지급하고, GTX-A 수주하고
    리츠사·신탁사 확보해 부동산 등 IB 확대
    비이자이익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
    "개발 사업 건설사 입지 좁아진다" 관측도
    • 신한은행의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면허학원 부지 개발 자금 공급은 은행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올 초 관련 사업부 인력에게 증권사 방식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수주하는 등 투자은행(IB)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신한은행의 행보에 IB업계에서는 여러 관전평을 내놓으며 주목하고 있다.

    • 신한은행은 해당 사업에 초기부터 참여했다. 우선 작년 6월 시행사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전 2900억원 규모의 투자 확약서(LOC)를 발급했다. 지주인 면허학원 측이 신용 보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토지 매입에 성공하자 신한은행은 사업비 등 224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Bridge-loan·단기 대출)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이 브리지론을 오는 10월 3200억원 규모의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본 PF만 담당한다. 토지 매입과 명도 소송을 끝내 점유인으로부터 민원 들어올 일이 없고, 인·허가까지 마쳐 주택을 짓기만 하면 되는 안전한 사업장에만 대출금을 집행한다. 토지 매입 대금 대출이나 브리지론은 수수료나 금리가 높지만, 위험값이 높아 저축은행·증권사·캐피털사 등 제2 금융권의 몫이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최근 관심사는 부동산신탁 사업이다. 부동산신탁사를 자회사로 두면 책임준공 등 시행사의 신용을 보강해줄 수 있다. 시행사와 가까워지면 더 많은 부동산 개발 사업장 확보가 가능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에 실패할 경우 부동산신탁 자회사를 직접 설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댈 은행과 부동산을 관리할 리츠 AMC가 있으니 부동산 투자처를 발굴할 신탁사를 찾는 것"이라면서 "금융지주사법과 은행법 등 규제에 의해 막혀 있는 부동산 직접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으로 손길을 뻗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IB 사업 확대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비이자부문 이익은 7907억원에 그쳐 4개 시중은행 중 3위에 머물렀다. 1조331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던 재작년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올 1분기에도 3840억원을 내 6396억원을 달성한 KB국민은행에 뒤처졌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비이자부문에서 많은 이익을 낸 것은 주가연계신탁(ELT) 등의 상품을 팔면서 수수료를 많이 받은 덕분"이라면서 "신한은행은 IB 사업 중에서도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부동산·인프라(Infrastructure)를 먼저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B 사업부 인센티브 지급, GTX-A 사업 수주, 토지 매입용 LOC 발급·브리지론 집행 등은 시중은행에서 내리기 어려운 결정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던 신한은행의 태도 변화에 다른 금융사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등 금융사들이 부동산 PF 전면에 나서면서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시행사의 주된 동업자는 건설사였다.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하면 건설사가 PF 후순위 지급보증·책임준공 등으로 신용을 보강하는 형태였다. 토지 및 사업주는 시행사임에도 도급업자에 불과한 건설사의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그러나 면허학원 PF처럼 금융사가 사업 위험을 부담하면 시행사가 건설사 신용을 빌릴 필요가 없어진다. 건설사는 시공에 따른 시공비만 받아가면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은 신용을 보강하는 대가로 시공비에 마진을 많이 붙이거나 사업 지분을 요구하곤 했다"면서 "해외에서 시행사가 건설사의 신용을 빌려 개발하는 경우가 드문 것처럼 한국에서도 신용 보강·금융 조달은 금융사가 담당하고, 건설사는 시공만 맡는 방식으로 개발 사업 구조가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